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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이 없다

우리 삶이 직선이었을까요?

by 모두쌤

원하던 일들이 생각처럼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잘 될 거야라고 했는데 영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때도 있습니다. 대학입시가 그랬고, 학교성적이 그랬고, 직장에서의 승진도 그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도 그랬고, 자녀들의 사춘기가 그랬고,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의 건강도 그렇습니다.



"도대체 왜?"

"내가 뭘 잘못했지?" 하며,

자신 스스로다른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정말 믿었던 사람이나 조직에게 혹은 저마다 믿는 신에게 하소연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실패한 입시는 실패한 것으로, 망쳐버린 시험 성적은 망쳐진 채로, 미끄러졌던 승진은 미끄러진 채로, 사랑했던 사람과의 헤어짐은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마음을 아프게 하고, 마음을 읽다 지친 사춘기 아이들은 여전히 내 인생의 아픈 손가락들입니다.


그렇게 빨리 어디로 가는가
그렇게 앞서 어디로 가는가
직선으로 달려가지 마라
우리 인생에는 직선이 없다
-박노해, <직선이 없다>-

직선이 없습니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이나 오래된 산맥은 직선이 없습니다. 물길은 돌아서 흐르기도 하고, 산맥도 우직하게 굽어 있습니다. 저 강물이나 산맥들은 직선을 몰랐을까요? 오랜 시간 묵묵하게 흐르고, 굽어있던 시간들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세월의 인내, 오래 참음의 결과로 만들어진 물길과 산맥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있습니다.


그대,
어딜 그렇게 달려가는가?
무엇을 찾아 가는가?
먼저 가서 무엇이 되려고 하는가?
남보다 앞서가는 것이 무엇인가?
그러면, 더 나은 삶이 되는가?


어쩌면 지난 세월 살아가며,

직선으로 달려가는 것에만, 빨리 가는 것에만, 남보다 앞서는 것에만, 내가 위에 서야만 잘살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직선으로 가는 동안,

빨리 가려는 나의 발걸음 때문에, 내가 누군가의 위에 서 있는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는 좌절하고, 마음 아파하지는 않았을까요?

출처: 꽃들에게 희망을 중에서

지난 시간 나의 '부족함'으로, '배려 없음'으로 인해 직선으로 가지 못해 돌아갔던 일들을 생각해 봅니다. 또한 누군가의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나 또한 직선으로 가지 못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봅니다.


그 아픔들로 인해,

직선이 아닌 돌아가는 시간을 통해,

내가, 그리고 당신도,

조금 더 깊은 물이 되라는,

조금 더 우람한 산맥이 되라는 의미는 아닐까요?


한 해를 시작하며.
직선이 아닌,
조금은 돌아가는 길,
조금은 굽어서 가는 길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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