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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쌤 Dec 12. 2024

넌 왜 해충으로 태어났니?

왜 해충으로 태어났는지 알고 있을까.

지난 여름었습니다.

가족들과 가벼운 산행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애벌레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누가 봐도 해충임이 명백한 애벌레지만, 그래도 풀숲이 아닌 콘크리트 바닥에 기어가는 것을 보자니 마음이 짠합니다. 분명 지나는 사람들의 발에 밟힐 것이니. 차라리 내 눈에 띄지나 말지. 제가 어떻게 하나 보고 있는 두 딸의 시선도 느낍니다. 아빠는 평소 생명은 소중한 것이라고 했으니. 부담 X부담 X100배...



해충(害蟲, Vermin, Pest)이란 일반적으로 인간의 생활이나 농업 등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해를 주는 곤충을 뜻한다. (출처: 나무위키)



여름과 가을 주말에 산에 가면 온갖 꽃들과 벌레들이 넘쳐다. 곧 닥쳐올 겨울을 대비하는 자연의 섭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벌레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작은 애벌레나 무당벌레 같은 딱정벌레를 보면 얼마나 신기한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 파브르 곤충기를 닳고 닳도록 읽은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아마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만...




생명은 소중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애벌레를 나뭇가지에 올라타게 해서 흙과 풀들이 있는 곳으로 옮겨주었습니다. 물론 제 행동이 해충을 살려준 바람직한(?) 행위는 아닐 것입니다. 고두고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저를 바라보고 있는 두 딸들에게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어른으로, 아빠로 보여지기는 싫었습니다.



'뭐, 이 애벌레가 100% 나방으로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하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소심한 아빠는 애벌레에게 "잘살아라" 하고 작별인사를 하고 있는 두 딸을 재촉해서 산을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넌 왜 해충으로 태어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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