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 나의 한마디에 날 바라보던 두 사람은 고개를 떨구었다. 두 사람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번갈아가면서 한 시간 가까이 자신들이 얼마나 나를 원하는지 설명하면서 다소간 힘도 들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니까. 나는 어깨를 한번 들썩하고는 부모 인터뷰 처음부터 창밖에서 이쪽의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던 있던 진행요원에게 눈짓을 했다.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가시죠!"
"......."
여전히 두 사람은 말이 없었고, 요원을 따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입고 왔던 겉옷을 챙겼다. 그러다 잠깐 한번 더 날 쳐다보며 말했다.
"잘 들어줘서 고맙다. 잘 있어!"
"......."
이번에는 내가 말을 하지 않았다. 살짝 가볍게 목례를 했을 뿐이었다. 두 사람은 요원의 안내에 따라 방에서 나갔다. 이제 끝! 오늘 부모 인터뷰는 이걸로 끝이다.
매달 반복되는 "부모 인터뷰". 나의 부모가 되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가끔은 귀찮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만 18세가 되기 전이라 여전히 이런 절차는 지킬 수밖에. 어서 만 18세가 되어 여기 커뮤니티를 나가고 싶을 뿐이다.
이곳을 나간다면 어떤 삶이 펼쳐질까? 나는 늘 이것이 궁금했다. 커뮤니티를 나가서 잘 지내고 있다고 이따금씩 과일이며 과자를 한 아름 사서 다시 방문하는 선배도 있고, 금방이라도 올 것처럼 하고는 영영 볼 수도 연락처도 알 수 없는 선배도 있다. 나는 과연 어떤 선배로 남을 수 있을까?
저녁은 늘 그렇듯 식당에서 밥과 간단한 반찬으로 때운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피자 한 조각 더 나온 것이 반가웠다. 밥보다 피자 먼저 우적우적 씹으며 내일은 뭐 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아까 마지막 부모 면담을 했던 두 사람을 떠올렸다. 만약 그 두 사람을 내 부모로 맞이했다면 적어도 지금 이 시간에 이렇게 혼자 피자 한 조각에 행복해하며 밥을 먹고 있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일뿐이다. 남은 피자 조각을 입안에 밀어 넣었다.
이루어지지 못한 부모 인터뷰의 끝은 항상 씁쓸했다. 괜찮은 분이었는데 하며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하고, 그냥 지금처럼 누구에게도 간섭을 받지 않고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결정은 내가 한다는 점이다.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 점이 가장 중요했다. 내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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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 님의 "페인트"를 읽고 부모 인터뷰를 마친 학생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보았다. 아이들이 마음에 드는 부모를 인터뷰를 통해 고를 수 있다는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청소년 소설.
이 글을 쓰며 지금 내 옆에서 신나게 코까지 골며 자고 있는 두 녀석을 바라본다.
아까 수학 문제를 풀어주다 이것도 못 푸냐며 '나도 모르게' 화를 냈던 첫째,
잠들기 전까지 계속 몇 권이고 그림책을 읽어 달라고 하도 떼를 써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던 둘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