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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쌤 Nov 03. 2024

메추리생 2일차에게 배웁니다.

메추리 알. 그것도 5개나.

메추리 알이 왔습니다. 무려 5개나 말이죠.

딸이 다니고 있는 '과학실험전문'학원(이런 학원이 있을 줄이야!)에서 메추리알을 받아왔습니다.  딸아이는 곧 태어날 메추리 생각에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집으로 알을 갖고 뛰어오다 벌써 1개는 깨뜨렸습니다. 그래도 남은 메추리알 4개를 소중하게 부화기에 넣고는 매일매일 온도, 습도를 체크하며 며칠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메추리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던 어느날, 드디어 메추리가 태어났습니다. 주말이라 모처럼 온식구가 외출을 했던 날, 돌아와보니 마리가 살짝  알을 깨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신기한지 모릅니다. 지켜보다 아주 살짝 알껍질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핀셋으로 어미 메추리처럼 도움을 주었습니다. 큰 딸아이 학원에서는 꼭 잘지켜보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줘야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알을 깨고 있는 메추리를 보니 역시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신비롭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한편으로는 이 험한 세상에 어미도 없이, 형제(?)도 없이 혼자 나온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아쉽지만, 결국 부화기에 있던 4개의 알 중 단 1개만 부화하였습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

어미닭과 병아리가 동시에 알을 쫌. 사제간(師弟間)의 인연이 어느 기회를 맞아 더욱 두터워짐. 啐은 병아리가 깰 때 안에서 껍질을 쪼는 것, 啄은 어미닭이 밖에서 그 알을 쪼는 것임. (출처 : 네이버지식백과)

하루가 지난 생후 2일차 메추리는 모이도 먹고, 물도 마시곤 합니다. 좁은 부화기에서 좀 더 넓은 집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혹시라도 추울까 히터도 넣어주고 털실로 된 작은 잠자리도 만들어 주고... 조그만 녀석이 세상에 처음 나왔고, 그것도 혼자니 모든 것이 어색할텐데, 안쓰러운 것 투성입니다. 옆에 누구라도 있으면 좀 안심이 될텐데 하며 저와 큰 딸, 작은 딸까지 근심어린 눈으로 지켜봅니다.

메추리를 보며 문득 부모의 역할이나 교사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 알에서 나오려고 할 때, 그 힘겨움을 응원하고 격려해야 하는 것이 어미의 역할일 것입니다. 적절한 순간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면 어쩌면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알에서 나오는 것은 결국 자기 스스로의 입니다. 아무리 옆에서 도움을 준다고 해도 스스로 나오지 않으려 한다면 주위의 도움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요즘 학교나 가정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뭔가 족해서 문제가 생기기보다는 뭐든 지나쳐서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러니까 부모나 학교가 "너무 친절"해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유치원이나 초중등 학교 뿐 아니라, 심지어 명문대학교에서도 자녀의 학점에 대하여 엄마, 아빠들이 나서서 왜 학점이 이렇게 나오냐고 민원을 넣기도 한다고 합니다. 대학생이면 성인인데 이게 맞는 일일까요?심지어 아들을 군대에 보내놓고 아들이 힘들어한다고 부대에 민원을 넣기도 하고. 그런 군대가 과연 나라를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분명 알에서 나올 때 메추리는 답답했을 것입니다. 힘도 들었겠죠. 하지만 모든 것을 이겨내고 스스로 해내었습니다. 그렇게 당당하게 세상에 나왔고,이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스스로 모이도 먹고, 물도 마시고, 잠도 잡니다. 너무나 대견합니다. 이게 맞지 싶습니다.


어떤 도움이든 필요할 때 주어져야 합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는 것'이 훈육과 교육의 기본이 아닐까요? 아이들의 상황에 대한 면밀한 괸찰 없이 무조건적으로 주어지는 도움은 이미 도움이 아닐 것입니다. 이는 마치 아이가 수학 문제를 어려워 하니 미리 답을 보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가 진짜 수학을 잘하기 바란다면 혼자 힘으로 끙끙거리며 고통스런 순간도 이겨내야 합니다. 자기 생각대로 문제를 이리저리 풀어보려는 혼자만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메추리생 2일차.

어난지 이틀 만에 혼자 스스로 모이를 먹고, 물을 마시는 메추리를 봅니다. 엄마도, 형제도 없지만 스스로 알아서 메추리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지나친 어른들의 관심이나 간섭 없이도 든든한 어른들로 자라나지 않을까요? 우리 아이들 안의 '스스로의 힘'을 믿고 옆에서 너무 먼저 손내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조용히 지켜보다 혹시 넘어지더라도

"괜찮아. 너는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어." 하며

무릅에 묻은 흙 정도만 툭툭 털어주고 등을 두드려주면 어떨까요?아이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살짝 마음은 걱정되더라도 무관심한 척,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부모, 어른, 선생님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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