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회고: 9.17 - 9.22
1.
시어머님께서 건강 문제로 새벽부터 서울에 올라오셨다. 기관지 확장 증, 결핵 등으로 6개월 간 약을 먹으며 고생하셨는데 이후로도 폐가 좋지 않아 호흡기 치료로 유명한 아산병원으로 오신 것이다. 추가 검진을 진행하고 11월에 결과 확인이 필요하다. 폐질환으로 의심되는데 다행히 큰 병은 아니 여서 가족들이 한시름 놓았다. 나는 이번주에 장례식장만 2번을 다녀왔고 우리 부부는 이제 부모님의 건강을 밀도 있게 걱정할 수밖에 없는 나이가 되었다.
2.
추석연휴가 길어서 바람에 지인들과 소소한 생일 축하 파티가 9월 말까지 이어졌다. 케이크에 초를 꽂고 소원을 빌고 촛불을 부는 게 엄청 멋쩍었는데 이제는 제법 즐길 줄 안다. 생일 파티 용품을 몸에 두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친구들도 생일을 핑계 삼아 만날 수 있으니 오히려 좋다.
3.
‘면포도궁’이라는 빵집을 좋아한다. 남양주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영업 종료 시간 직전에 들렸더니 내가 애정하는 사라다 도넛과 핫도그는 품절이다. 도넛 외에 일반 베이커리류가 늘어났고 옆에 새로운 공간에서 만들고 있었다. 아쉬운 대로 기본 도넛과 미니 밤식빵을 샀다. 오랜만에 들린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댕댕이 환영’이라는 사이니지였다. 과거에는 없었는데 새로 생겼다. ‘반려동물 동반 가능’ 류의 문구보다 훨씬 호감이다.
4.
주말 아이 수업을 보내고 3시간이 주어졌다. 근처 스터디 카페에 처음 가보았는데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기 적합한 장소로 학생부터 성인까지 이용하는 연령대가 다양했다. 노트북을 사용 가능 유무에 따라 나누어진 조닝이 인상적이었는데 담요, 독서대, 타이머 등 공부나 업무(?)에 필요한 아이템들이 구비되어 있어 세심함에 놀랐다. (독서대를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강의를 통해 인풋으로 넣었던 자료들을 복습 차원에서 보고 있었는데 스스로 ‘왜’라는 질문과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학창 시절 나는 근본 원리를 깊이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패턴을 알아내 정답을 찾는 데만 집중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 공부를 이렇게 할걸.
5.
아직 낮에 덥고 일교차가 크지만 날씨가 더없이 좋다. 겨울이 서둘러 찾아오기 전에 야외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밥도 밖에서 놀이도 밖에서 할 수 있는 곳만 찾아다닌 주말이었다. 남양주 아웃도어 키친, 분당 한강 장작구이, 분당 판교몽. 만족스러운 스폿들로 재방문 의사도 있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출근해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고 있으니 월요병도 금방 사라졌다. 월요병을 타파 해준 또 다른 공신은 점심시간이었다. 정동에서 커피와 김밥을 함께 파는 카페를 발견했고 일타쌍피로 점심과 커피를 해결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옆 건물 ‘미색종이’ 전시를 보며 마음에 드는 노트와 펜도 샀다. 완벽한 점심시간을 시작으로 남은 한 주를 잘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