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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Oct 28. 2024

가끔 함께 괜찮은 시간

주간 회고: 10.22 - 10.28

1.


지인들과 일년에 한 번만 만나도 충분히 자주 만나는 사이다.이번 주는 유독 오랜만의 만남이 많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그간의 근황을 나누었다. (몽탄, 도야집 등 이번주 저녁 메뉴는 공교롭게 모두 고기였다.) 이런 만남의 빈도는 낮지만 밀도는생각보다 높다. ‘가끔이지만 함께하는 좋은시간'이기 때문이다. 가끔이 좋아지고 점심메뉴를 고르며 함께 먹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는 소소한 재미도 생겼다. ‘꾸준히, 함께, 응원'에 이어 '가끔, 함께, 괜찮은'이 내 삶의 모토가 되어가는 중이다.

"인생을 산다는 게 그 접힌 페이지를 펴고 접힌  말들 사이를 지나가는 일이라는 걸, 아무리 가깝고 사랑하는 사이여도 모든 것을 같이 나눌 수도없다는 걸, 하루하루 각자에게 주어진 일들을 해나가다 가끔 같이 괜찮은 시간을 보내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서유미 <우리가 잃어버린 것>


2.

아이 운동회가 있었다. 나는 아이 운동회에서 이어달리기나 줄다리기 같은 여러 종목에 참여하는 상상을 줄곧 해왔다. 작년 첫 운동회 때는 '처음'이 주는 설렘으로 잔뜩 신이 났었다. 내심 부모 참여 종목은 없나 호시탐탐 살펴보기도 했다. 적극적인 부모 참여 섹션은 없었지만, 5살 아이들이 요리조리 뛰어다니는 귀여운 모습을 눈과 카메라에 담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올해 두 번째 운동회. 작년보다 풍성해진 프로그램으로 신발 멀리 던지기와 이어달리기 등 조부모와 부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생겼다. '선착순'이라는 사회자의 말에 앞다투어 달려 나가는 부모들을 보니 다들 나처럼 몸이 근질근질했나 보다. 남편과 나는 모두 이어달리기에 참여했는데 평소 남편이 달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내심 기대했다. "난 엄청 빠르지"가 남편이 입에 달고 살던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남편의 달리기는 생각보다 느렸고 가속이 붙지 않았다. 차마 “잘했어, 빠르던데?"라고 해주지는 못하고”앞으로 나한테 달리기 이야기하지 마 ㅎㅎ"라고 신나게 핀잔을 주었다. (아이가 옆에서 듣고 있었는데 이왕이면 칭찬해 줄 걸 그랬나.) 마냥 즐거운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도 잠시나마 일상의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10월의 한 페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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