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회고(17): 1.21 - 1.27
1.
차 시동을 걸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하게 불안한 소리가 들렸다. 시동은 걸리지 않고 '뚝, 뚝' 소리만 나더니 이내 아무 반응도 없었다. 알고 보니 배터리가 방전된 것이었다. 지하 주차장에서도 배터리가 방전될 수 있다니. 날씨와 상관없이 상시 켜져 있는 블랙박스가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배터리 없다'며 탁탁 소리를 내는 차 영상을 다시 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살다 보면 때때로 방전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침묵 속에 가라앉지 말고, 어떤 형태로든 소리를 내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실체가 있는 소리가 아니어도, 비물질의 무형의 소리라도 괜찮으니 말이다
2.
‘호텔리어‘를 주제로 업계 종사자들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호텔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인터뷰어들의 질문이 의외로 깊었다. 최근 업계 트렌드부터 고객 경험까지 다양했지만, 결국은 '호텔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첫 직장, 호텔 입사15년 차. 부쩍 이 일이 지겹다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나 하는 회의감을 토로하곤 했다. 그런데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꺼져가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듯해, 순간 당황스러웠다.
“각자가 생각하는 호텔은 무엇인가요? 호텔은 어떤 의미인가요?”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데 가장 오래 걸렸다. “내가 특별해지는 곳” 잘 만들어진 공간과 분위기 속에서 잘 먹고, 잘 쉬고, 잘자며 평소와는 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라고 답했다.
다른 인터뷰이의 답변에도 공감했다. “라이프스타일의 집합체 같아요. 호텔에는 돌잔치하는 사람도 있고,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도 있죠.” 맞다. 데이트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재혼도 하고, 바람도 피우고, 비즈니스도한다. 호텔을 찾는 사람들의 목적은 생각보다 놀랍도록 다양하다. 회의감이 들 때마다 이날의 인터뷰를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