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도 Dec 21. 2021

너란 녀석

감사하고 미안한 밤.

 저녁 8시 작성해야 할 서류가 있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아이 둘이 깔깔거리며 달려와 매미처럼 착 달라붙는다. 집중이 안된다.

빠지직. 빠지직. 내 안에 짜증 회오리가 분다. 결국 잔소리 폭풍 발사!!

 내 잔소리에 내가 지쳐 서류작성을 뒤로하고 누워버렸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핸드폰 진동에 눈을 떴다. 일찌감치 잠이 들어 아침인 줄 알았는데 밤 11시.

둘째 논술 선생님에게 카톡이 와 있다. 간혹 만날 때마다 첫째에게도 사랑으로 대해 주시는 선생님. 첫째는 이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닌데 지나가는 길에 불쑥 들어가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다 오곤 한다.


<아까 이가 다녀갔어요.

교실을 한 바퀴 돌아보며 "오늘은 친구 없어요?"묻더군요.

입가에 미소를, 눈동자에 어려 있는 함박웃음이 견딜 수 을 만큼 귀여웠답니다.


업북을 하나 꺼내 주었더니,

"자꾸 받아 만 가서  어떡하죠?" 사를 건네는데

진심이 느껴지니  대견하고 흐뭇했어요.


"줄 수 있어서 기뻐" 하니

"고맙습니다." 인사했어요. 가끔 예고 없이 찾아 주니 

 행복합니다. 쉬셔요.>


 밤.. 너란 녀석...

 저녁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먹고 행복한 미소를 뿌리던 둘째 귤과 헌터라며 장난감 화살을 꽂은 털모자를 쓰고 활을 겨누던 몇 시간 전 밤이 모습이 아른.

 선생님의 따뜻함에 감사함이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올라와 눈물이 핑 돈다.

 눈앞에 둘째 귤의 유니콘 그림이 보인다. 연필을 움직여 아이들을 그려본다.

 밤아,귤아 화내서 미안하다.

 아침에 만나.


 그리고 선생님 감사합니다.


귤아 네 그림에 엄마가 손 좀 댔어. 헤헷.

 

작가의 이전글 창조적 숨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