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이 있어 몇 시간 일찍 직장에 간다며,6시에 지하철 타면 사람이 많아 힘들지 않냐고 내게 물었다. 저녁 7시에 시작하는 드로잉 수업을 듣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가는 걸 알기에 묻는 것이었다. "힘들지않은데요?"라고 말하고는 힘들었던가? 잠시 생각했다.
두 시간 후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려는데, 터질 듯 엉켜있는 사람들을 지하철 문이 눌러 담고 있었다. 아! 그래. 항상 사람이 많았었지... 맞아.
별것 아니라고 당연한 거라고 이 정도는 힘든 거 아니라고 뇌가 기억을 지운 걸까?
김장 김치통 같은 지하철에 꽉 눌린 포기김치가 되어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기포처럼 떠올랐다.
반찬들.
메인 요리 주변에서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채 가운데 놓인 요리옆을지키는반찬들은 퇴근 시간 사람들이 지하철에 모이 듯 당연하게 상 위에 자리하고 있다.
물엿에 한 껏 버무려져 반짝이는 반찬도 참기름에 깨 잔뜩 들어간 고소한 반찬도메인요리에 묻히기 십상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어릴 적 우리 집은 가운데 떡 놓인 메인요리가 반찬이었다. 결혼 후 시댁에서, 시어머니의 음식을 처음 먹은
우리 엄마 최여사는깜짝 놀라고 말았다.음식이기막히게맛있었 던 것이다. 그 기막힌 요리를 태어날 때부터 먹은 아빠는 최여사의 요리에 매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부터음식을못한다고 인정하기에 이른 최여사는 요리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간소하고한산한 밥상을 자주 마주했다. 그 한산함 속에 메인인 양 매일 자리한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은 진미채 무침. 최여사가 가장좋아하는 최애 반찬이었다.진미채 무침은 항상 밥상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나와 동생의 성장에 한몫한 주 단백질 요리라 할 수 있겠다. 다행인지 진미채 무침은 맛있었고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어느 날 맛의 비법을 묻는 나에게 무칠 때 넣어야 할 가장 중요한 하나는 "마요네즈'라고 최여사는 비밀스럽게 얘기했다.
우리 동네 김가 김밥에서는 진미채로 만든 오징어 김밥을 판매하고 있다. 김가 김밥에서 나의 주문 1순위는 단연 오징어 김밥이다.
입 안에 매콤 달달한 진미채를 씹고 있자면 비닐장갑을 끼고 조물조물 진미채를 무치던 엄마가 떠오른다. 딸에게 만드는 방법을 유일하게 설명해 준 요리이며 한결같은 맛을 유지했던 든든한 우리 집메인진미채 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