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 일기47
나는 집돌이다.
주말이나 휴일에 밖에 나가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다행히 아내도 집순이다.
딸아이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한 번씩 여행을 가긴 한다.
주말에도 인근 산이나 미술관에 가기도 한다.
하지만 식구들 모두 그런 날들을 무척 피곤해 한다.
집밖에 나가면 분란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밖은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예상치 못했던 의견 차이로 떨떠름한 나들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때문에 주로 집에 머문다는 뜻은 아니다)
올 봄 에버랜드에서 참으로 어색한 장면을 목격했다.
남편으로 보이는 80대 남편이 옆자리의 아내와 다투는 장면이었다.
어떤 물건의 구입 여부를 놓고 서로 다투고 달래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냥 웃음이 났다.
- 저 나이에 에버랜드에 놀러와서도 다툼은 멈추지 않는구나.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약간 지루할 때도 있지만
그냥 다투지 않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바깥 세계는 행복하고 내부 세계는 불행하고,
뭐 그럴 리가 있겠는가.
#사랑#가족#집돌이#에버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