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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바다 Nov 04. 2024

잠을 설쳤다

연지동 일기33

잠을 설쳤다.


단절적으로 잠이 깨었다 들었다를 반복했다.

그 간격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대나무 마디처럼 뚝뚝 끊어지는 괴로운 기억들.

일그러진 벽처럼, 피를 흘리는 천장처럼 의식이 너덜너덜하다.


그러다가 잠이 깼다. 

새벽 3시.

간헐적 얕은 잠 속에서 서서히 의식이 돌아왔다.

지금은 어제인가 오늘인가.

잠을 잔 건가 안 잔 건가.

웅크리고 누워 잠을 청해도 수집 개의 상처난 어둠들이 어른거리며 머리를 어지럽힌다.

깊게 할퀸 의식을 헤매는 것이 너무 힘들어 차라리 컴퓨터를 켰다.

법륜스님의 영상을 틀었다.

잠들기 좋은 영상이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내일 해야할 일과가 있다.


살짝 잠이 들었던가 말았던가.

알람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면의 불쾌감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심하다.


세수를 하려고 방을 나서려는 순간

발바닥에 작은 이물감이 느껴진다.

발바닥에서 묻어나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하늘색 알약.

이거였다...

매일 밤 자기 전에 먹는 4알의 알약 중 하나다.

분명 4알을 입에 털어 넣었는데 한 알이 손바닥에 남았다가 바닥에 떨어졌나 보다.

이제야 불면의 원인을 알았다는 안도감과 약 먹는 일에 좀더 신중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밀려온다.

오늘 한 가지 확실히 깨달은 것은

4알의 알약 중  이 하늘색 약이 나의 잠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부턴 이 하늘색 알약을 좀 더 꼼꼼히 확인할 것이다.

하룻밤의 불면을 대가로 얻은 깨달음이다.



#인생에세이#수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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