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사 key Aug 18. 2020

내 인생, 이상형

이상형.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유형'

... 이라고 사전은 말하네요.


지나치든 소박하든 우린 각자 이상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예인부터 배우자까지.


비록 현실은,

이상형이 아닌 현실형이 함께 하더라도 말이죠.


저 역시 대학생의 풋풋함을 한껏 뽐내던 그때.

첫 소개팅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지요.

약속 장소에 도착한 후,

소개팅남을 찾아 한 바퀴 휙~ 둘러보니

서너 명의 남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뭡니까.


높은 눈을 가지고 있진 않았어도

확고한 스타일은 가지고 있었던 제 앞에,

한 남학생이 너무도 공손하게 손을 흔드는 겁니다.


'쟨 말고'

바로 그였죠.


왜소한 체격인 전, 곰돌이 푸같은 적어도 덩치가 좀 있는 그런 사람이 좋았어요.

근데 이 친구는 팔, 다리는 앙상하고 목소리는 또 어찌나 미성이던지...


그럼에도 이상토록 잘 통하는 말과 마음은 우릴 친구가 되게 했고,

커져가는 말과 마음이 눈을 멀게 하던 그 순간, 연인이 되었으며

더 커져버린 말과 마음으로 환영을 본 그 순간, 부부가 되었습니다.


이상형은 이상일 뿐임을, 결국 이상형이란 이상한 형(形) 일뿐임을.

고작 20대에 깨달았어야 했나, 야속하기도 했지만요.


생각해보면

우린 우리네 인생에게 조차 이상형의 조건을 들이밉니다.


짧은 노력, 찬란한 결과

타고난 운, 모두의 인정

굵고 길게 가는 승승장구 나의 인생.

그런 조건을요.


좌절, 자격지심, 열등감, 불운, 패배, 낙오...

이건 내 이상형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그렇습니까?


말도 안 되는 이상적 인생을 기다리며,

지나가는 인생들 탓하기 바쁩니다.


오라는 이상형은 안 오고

쓰디쓴 비호감 인생만 자꾸 온다면서요.


환영받지 못하는 인생 입장에서도 기가 찰 노릇일 테죠.

"니들은 뭐 내 이상형인 줄 알아?"


제대로 뻥 걷어차이고,

무기력 한 움큼, 우울 한 스푼,  후회 한 입...


그제야 정신이 돌아옵니다.


......

"이봐, 맘 상했어?"


그렇네요.


그랬어요.


내 인생이란 녀석은...

좀 모났고, 유난히 넘어지기도 잘하지만

그럼에도 떠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함께 맞서 주고 싸워주던

현실형이었던 거죠


내 인생아,


이상형보다 인간미가 넘쳐 지금도 따뜻하고,

이상형보다 시력이 나빠 아직도 내가 예쁘다는,

그래서 좋은 내 남편처럼

그렇게 내 인생도 좋았던 거구나.


이제,

현실형 내 인생에게

눈이 멀 차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도 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