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은 너무 나이가 많아. 곧 퇴직하실 것 같아”
“하필 신규야. 선생인지 애인지 구별도 안 돼. 만날 애들하고 놀기만 하는 거 같고”
“남자 선생님은 세심함이 부족한데 왜 1학년에”
“또 여자 선생님이야?”
새 학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어떤 담임선생님을 만나느냐일 것입니다. 중·고등학교와 달리 전 과목을 가르치고 (교과전담 교사가 가르치는 과목이 있긴 합니다만) 한 교실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그야말로 ‘학교 부모’ 담임선생님이 초등학교에서는 절대적인 존재이지요. 그런데 애석하게도 담임교사는 한 명이고,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도 1년씩이나 말이죠. 그러니 어떤 담임선생님을 만나느냐는 그해 가장 큰 운의 척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떤 담임선생님을 원하시나요?
1. 10년~20년 사이의 경력
2. 젊은
3. 기혼(초등 이상의 아들, 딸 모두 있는)
4. 재미있고
5. 카리스마 있는 교사.
정리하자면, 초등 자녀 둘이 있는 30대 초· 중반의 경력 10년 이상 교사. 아이에게 친구처럼 엄마처럼 대하면서 군대 조교 같은 엄격한 카리스마도 가진 교사. 현실적으로 풀어볼까요? 적어도 15살에는 교대에 입학하여 임용고시를 한 번에 합격하고 졸업 후 바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 와중에 연애와 결혼, 출산까지 게을리하지 않았죠. 젊고, 열정 가득 아이들에게 친구처럼 다가가는데 엄마처럼 세심하게 챙겨주고 품어주기까지 합니다. 자유롭게 아이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 주는데, 말 한마디에 아이들이 기계처럼 움직입니다. 이런 사람? 저희 아이 담임선생님이길 부디 소망합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겠죠? 애초에 공존할 수 없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 ‘찬란한 슬픔의 봄’은 시에서 찾아야 합니다. ‘자유로운 규율’, ‘엄한 친구’, ‘무신경한 꼼꼼함’. 교사가 이 같은 교육관을 펼치고 있더라도 둘 중 어딘가에는 좀 더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학부모와 학생 역시 모든 것을 다 갖춘,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두 개념을 접목하여 담임교사에게 기대해선 안 됩니다. 양립할 수 없는 요구일 땐 과감하게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또 어떤가요? 우리는 인간인지라 다정다감하고 허용적인 선생님을 바라면서도 막상 자유로운 아이들의 분위기가 못마땅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또 담임교사가 교실 분위기 좀 확 잡아주길 바라는 게 학부모 마음이죠. 엄격하게 각 잡힌 교실을 보면 또 이것도 싫습니다. 무슨 군대도 아니고 요즘 학교에서 교사가 왜 저러나 싶죠.
앞서 말했듯 담임교사는 한 명입니다. 교사는 신이 아니기에 상반되는 극과 극 성격까지 아우를 수는 없죠. 교사가 상대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20명 이상입니다. 20명의 요구조건을 다 충족시키려면 그야말로 교육관도 줏대도 없이 여기저기 휘둘리다 이도 저도 아닌 실패만 맛보게 될 것입니다. 학부모님들이 원하는 것 또한 이런 게 아닙니다. 보통의 학부모들은 교육관이 확실한 교사를 만나면 (나의 교육관과 맞지 않아 초반에는 불평도 쌓이고 갈등도 있지만) 일관됨을 지켜보면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끝내는 지지를 보내옵니다. 이때 필요한 건 시간입니다. 내가 이상적으로 그리는 교사가 아니라 해서 몇 가지 사례만으로 초반부터 불만을 드러내기 전에 충분히 지켜볼 시간을 가져보십시오.
가끔 상담 중 전 담임선생님과 비교하며 저를 추켜세워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무척 감사하고 사실, 사람인지라 내심 기분도 좋습니다. 하지만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아주 위험한 대화인 것도 사실이죠. 이런 태도는 분명 학부모가 생각하는 교육관과 교사의 교육관이 다르면, 틀린 것이란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회에 발을 내딛는 그 순간부터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요? 내가 원하는 친구들, 내 스타일의 사람들만 골라 관계 맺기를 할 수 있을까요?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전과 가장 큰 차이점을 말하라면 전 늘 “나와 관계 맺는 이들을 내가 선택할 수 없다”를 꼽습니다. 전에는 나와 맞지 않으면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됐습니다. (물론, 맞지 않으니 애초에 친한 관계가 될 리 없죠) 남자친구와 맞지 않으면 헤어지면 됩니다. 그런데 직장 동료, 상사는 어떤가요? 그들과 성격이 안 맞는다고 안 보고 살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양한 성향의 담임교사를 만나는 건 큰 축복입니다. 앞으로의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관계 맺음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이토록 가까운 관계로 다양한 성향을 만날 수 있는 건 초등학교에서만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남자 선생님도 만나보고, 여자 선생님도 만나봐야죠. 꼼꼼하고 세심한 모범적인 선생님도 만나보고, 자유로운 영혼의 선생님도 만나보는 겁니다. 공부를 중요시하는 선생님도 만나보고, 운동을 더 중요시하는 선생님도 만나봐야 합니다. 끓는 열정으로 무엇이든 도전해 보는 친구 같은 젊은 선생님도 만나보고, 연륜에서 묻어나는 편안함을 간직한 기본생활습관을 확실히 잡아주는 엄마 같은 선생님도 만나보는 겁니다. 자녀가 없기에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문제점을 파악해 주는 선생님도 만나보고,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키워본 경험으로 공감과 잘못을 품어주는 선생님도 만나는 겁니다. 겪다 보면 내 아이와 상극인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고 내 아이의 인생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을 테지요.
한가지 성향만 경험한 아이는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성향의 사람을 만나면 거부감부터 듭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며 밀어내기 바쁩니다. 하지만 다양한 성향의 사람을, 그것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보호자의 역할로 겪게 되면 그것은 앞으로 세상에서 만나게 될 다양한 사람을 대할 때 (가까이는 친구를 대할 때) 쉽게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 혹은 나와 맞지 않은 담임교사를 만났다고 1년, 망한 것이 아닙니다. 간혹 안타깝게도 너무 힘겨운 한 해를 보내게 될지라도 (여기서는 범죄 등 극소수의 이상한 교사는 포함하지 않습니다) 그 속에서도 분명 얻는 게 있다는 겁니다. 이런 열린 마음으로 담임선생님께 다가가 보십시오. 교사의 상황과 성향별 장점을 미리 알면 담임교사와의 소통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차피 완벽한 인간은 없습니다. 완벽한 부모도, 완벽한 교사도 없습니다. 그럼 이제 유형별 교사 특징을 살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