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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Dec 29. 2023

나를 기운 나게 하는 것들

아이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털이 많다. 헉 머리를 살포시 기대고 있는 것이 아이가 아니구나! 우리 집 막내 강아지'코코'였다. 복슬복슬 귀여운 회색털을 가지고 내 옆에 딱 달라붙어 있는 귀여운 솜뭉텅이!


나의 친언니와 형부는 애견샵을 운영한다. 가게를 하기 전에 형부는 제대로 해보겠다고 '강아지 훈련사 자격증'을 땄다. 평소에 우리 언니는 자신과 같이 우아한 견종을 선호했다. 형부는 레트리버를 좋아했지만... 그렇게 언니네 집에는 동시에 강아지가 2마리가 생겼다.


  강아지 키워본 사람들은 점점 강아지에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에 신기할 것이다. 그렇게 강아지에 빠져든 언니네는 강아지를 하나 더 입양을 해서 3마리가 되었다. 그런데 중성화 수술을 며칠 안 남긴 어느 날 잠깐 한눈판 사이에 역사가 이루어졌다. 언니를 닮은 우아한 강아지 '베릴링턴테리어'와 셋째로 들어온 '실버푸들'사이에서 아기가 생긴 것이다. 


지금 우리 집에 있는 강아지 '코코'는 이들의 딸이다. 졸지에 강아지 4마리가 생겼다. 기존에 있던 개 3마리와 새로 태어난 강아지 4마리를 포함해서 7마리가 된 것이다. 평소 언니네의 소신 데로 새로 태어난 강아지를 팔지 않기로 했다. 종을 초월한 사랑으로 태어난 일명 똥개(믹스견)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강아지를 팔지 않고 소중하게 잘 키워줄 사람들을 찾지고 했는데 그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문제가 또 있었으니, 실버푸들은 소형견이지만, 엄마인 '베릴링턴테리어'는 중형견이어서 강아지들은 8킬로그램을 넘어가는 중형견이 될 것이 뻔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소형견을 키우기 선호한다. 


그렇게 고심하던 언니네는 우리를 타깃으로 삼았다. 어느 날 어린 딸과 언니네에 놀러 갔다. 물론 귀여운 강아지를 보고 싶다는 우리 딸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간 것이다. 거기에 도착한 순간부터 우리는 덫에 걸렸다는 걸 알았다. 강아지를 입양하지 않을 수 없는 '덫'말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는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그 당시 물론 엄마인 나는 강아지를 몹시 싫어했다. 어쩌다가 언니네 강아지를 만지면 아이들한테 꼭 손을 씻게 했다. 그럼 어느 정도로 강아지를 안 좋아했는지 알 것이다.  그런데 딸이 눈물까지 흘리면서 아빠와 같이 우리 집에 잠깐만 데리고 가자고 했을 때, 그 잠깐은 영원히 인 것을 나는 어느 정도 감지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눈물에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들어온 강아지 '코코'는 우리의 막내딸이 되었다. 물론 강아지를 키울 때의 조건은 이랬다. 엄마인 나는 강아지 케어에 있어서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 모든 책임은 강아지를 데리고 오자고 한 남편과 아이들의 몫이다.


{아래 사진은 여름에 덥다고 솜뭉텅이를 싹둑 자른 모습이다.}


남겨진 이의 슬픔




혹시 유튜브 동물영상 중에서 '수달이 솜사탕을 물에 가지고 가서 씻어 먹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가? 수달은 음식을 주면 물에다 씻어먹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솜사탕을 물에다 담그면 어떻게 되겠는가? 다 녹아서 수달은 망연자실한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하지만 수달은 정말 '열불 나는' 일일 것이다.


'수달얘기를 뜬금없이 지금 왜 하냐고?' '코코'를 데리고 왔을 때 남편과 아이들이 나에게 한 약속이 그렇게 사라졌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아이들은 까먹기 일쑤고 집에 없을 때가 많다.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당연히 '코로' 수발은 내 몫이 되었다.


그래서 물론 나는 아이 하나 더 키운다고 푸념할 때도 많다. 실지로 실내배변을 하지 않는 우리 집 강아지 '코코'는 영하 20도로 떨어져도, 영상 35도가 되어도 무조건 밖으로 나가서 산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솔직히 얘기해서 지금 우리 집 강아지는 나를 기운 나게 하는 것 중 하나이다. 그렇게 '코코'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나는 '코코'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됐다.


과연 어떠한 사랑이 영원한 것일까? 사춘기와 성년인 아이들은 이제 자신의 세계에서 바쁘다. 남편은 항상 '남의 편'이다. 그럼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누구와 있냐고?' 예상했겠지만, 반려견 '코코'와 함께 있다. 이제 생각해 보면, 어쩌면 코코는 '나를 위해서 우리 집에 왔는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까지 든다. 집에서 내가 움직이면 코코는 같이 움직인다. 나의 발 밑에서 또는 나의 다리 옆에서 자신의 몸을 기대고 누워있는다. 시선이 느껴져서 밑을 쳐다보면 틀림없이 코코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나를 사랑해 주는데 어떻게 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주말 낮, 나른 한 몸을 소파에 누웠다. 나는 스르르 잠이 든 모양이다. 옆구리가 따뜻하고 자리가 너무 좁아서 눈을 떴더니 어김없이 코코가 나한테 몸을 기대고 누워있었다. 오늘도 사랑을 팍팍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코코야! 오래오래 같이 행복하자! 나도 너 많이 사랑해 줄게!'



연말에 좋은 기사 하나 없고, 왠지 쓸쓸해지는 한 해가 가고 있다. 하지만 동물이건 사람이건 나를 기운 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한번 힘내볼 수 있지 않을까? 


여기까지 읽으신 우리 독자님들도 모두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기운 나게 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기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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