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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Jul 05. 2023

그림자

장마라는데,

하늘엔 호롱불 걸려있는지

따가운 시선이 불편한 오후

놓지 못해 같은 뿌리를 붙잡고

인사도 없이 동행한다


밤이 멍들 만큼 두드린 후에야

서울이라는 델 기웃거리는 학벌들

불빛에 맞아떨어진 하루살이의 오늘과

말리지 못한 답습의 비석아래 부서진 생각


그 속에서,

잠시 네가 되었다가 다시 내가 되었다가

당겨도 보았다가 늘려도 보았다가

거리에서 바라본 하늘에는

우주를 잡아당긴 문명만 멀어져 갔고

머문 자리 비가 되어 쏟아지는 것은 포기


살아내는 길은 여전히 비포장도로

흙탕물 넘실대는 구덩이 곁에는

아직 치우지 못해 걸리적거리는 바위,

찌그러지며 간신히 넘어가는 그림자

목적지는 서울일까 고향일까


오늘 밤,

고막을 연주하는 비의 절정을 예고하는 재난문자

배달된 진동의 기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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