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는 커피 향 짙게 물들어 가는 시간
하늘에 태양이 까맣게 피로를 몰아오고
파랗게 잘 먹은 화장 위로 하루의 쌓인 먼지를
화장과 함께 지워내는 변신의 순간이다
어쩌면 잘 볶은 윤기 나는 커피콩의 모습처럼
반짝이며 코끝으로 스며드는 커피 향이 되어
하루의 피로를 지워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간드러진 바람씨 따라 흔들리는
앙상한 나뭇가지에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곤한 몸 언저리에도 미소가 피어나는
회복이 시작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차갑게 짓눌렸던 대지가 토해내는
봄을 향한 긴 날숨의 냉기와 같이
하얀 피로를 잘 볶아 까맣게 익혀놓고
내일을 준비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 바람씨 : 바람이 불어오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