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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대 Sep 30. 2020

남성들도 양산 쓰고 치마 입자

  무더위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일 년 중 가장 더운 때라 많은 사람이 여름휴가를 즐기는 8월 초다. 지난해 휴가를 미루다가 제대로 찾아 쓰지도 못했는데 올해도 10월 이후로 미루고 직장 책상머리를 지킨다.


  주로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밖에 나가야 될 일이 생긴다. 멀어도 봄가을이라면 운동 삼아 일부러라도 걷지만 요즘처럼 뙤약볕이 내려 쬘 때면 쉽지 않다. 거리가 먼 곳도 아닌, 그렇다고 가까운 곳도 아닌 곳에 갈 때가 있다. 버스나 전철을 타기도 그렇고 택시를 탈만한 거리도 아니다. 자가용을 이용하자니 주차할 것이 걱정이다. 이런 걸 애매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손에 든 서류봉투로 머리 위를 가리고 걸어 보지만 햇빛이 너무 강해 봉투를 든 팔만 아프다. 아침이나 저녁때라면 가로수 그늘 덕을 볼 수 있으련만 정오를 갓 넘긴 시간이라 나무 자신에게만 그늘이 진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양산을 펴 햇볕을 가리고 길을 걷는다. 남성 중 양산을 든 사람은 한 명도 볼 수 없다. 며칠 전 아내와 걸으며 양산 덕을 본 적이 있다. 남자는 왜 양산을 안 쓸까라고 푸념을 했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면 되지 않느냐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긴다. 나는 불만스럽고 못마땅하다. 모자는 모자이고 양산은 양산이지 여성이 쓰는 양산 대신 챙 넓은 모자를 쓰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모자는 여성도 남성과 똑 같이 흔히 쓰는 게 아닌가.


  양산뿐 아니다. 치마도 입어보고 싶다. 남성도 치마를 입으면 얼마나 편하고 시원할까! 아내는 또 퉁명스럽게 반바지 입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 말에도 할 말이 있다. 반바지는 여성들도 잘 입고 다닌다. 남성들은 반바지를 입긴 해도 운동을 하거나 놀러 다닐 때 입는다. 그걸 입고 출근하거나 정장으로 입는 건 본 적이 없다. 직장 여직원이 치마는 안 좋다고 말한다. 여성 입장에서 그럴 수 있겠다. 편하고 시원하더라도 바람에 날리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불편할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몰래카메라’에 당할지 모르니 말이다.


  치마 속이 궁금하긴 한 모양이다. 얼마 전 모 방송사에서 28년간 일한 유명인사가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찍다가 들켜 현장에서 잡혀갔다. 그는 앵커와 보도본부장을 거쳐 보도본부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메인뉴스를 오래 진행하던 자다. 하나 남성이 치마를 입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바람이 불어 흩날릴 때도 힐끔거릴 사람이 없을 것 같다. 남자가 입은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할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참! 혹시 여성 중 그럴 사람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남성이 몰래 여성을 찍어 처벌받는 것은 더러 보았다. 만약 남성이 입은 치마 밑을 여성이 찍다가 들키면 처벌을 받을까? 이와 같은 것들의 제도나 규범은 어디까지일까. 딱 잘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헷갈린다. 암튼 남성 입장에서 여성에 비해 역차별을 당하는 듯하다.


  스코틀랜드나 남인도 어느 곳에는 남자가 치마를 입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고 한다.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사는 슈테펜이라는 사람은 남성용 치마를 제작해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단다. 남성용 치마를 선전하는 패션모델이 돼 화려한 의류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는 치마를 입으면 편하고 화려한 옷맵시를 자랑할 수 있다며 전 세계 대다수 남성들이 일상생활에서 바지 대신 치마를 입을 때까지 디자인 작업에 매진하겠다고 한다.


  남성들이여! 이제 우리가 뭉쳐 이 운동을 펼치자. 여성들처럼 양산을 펴 들어 햇볕 가리고, 여성들처럼 편하게 치마 입고 올여름을 시원하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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