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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대 Sep 29. 2020

삶을 좌우하는 습관

  저절로 익혀진 행동방식이 ‘습관’이다. 비슷하게 쓰이는 말로 ‘버릇’이 있다. 이는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습관은 선천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후천적이다. 왠지 ‘습관’은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이 많을 것 같고, ‘버릇’이라 하면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더 많을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한자어로는 습관(習慣)이고 순수 국어로는 버릇으로, 습관과 버릇 두 가지가 똑같은 의미일 것이다. 고려 귀족사회나 조선 양반사회를 거치면서 한자어는 긍정적 의미로, 우리말은 부정적 의미로 남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자를 쓰면 유식해 보여 그러지 않는 층과 구별돼 쓰였을 것이다. 요즘도 영어를 섞어 쓰면 좀 유식해 보이듯 말이다. 습관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하지만 성공하거나 그렇지 않은 삶으로 이어져 운명이 바뀌게 될 수 있을 정도로 사소하지 아니하다.


  좋은 습관은 좋은 사람을 만든다, 자신뿐 아니라 남도 기분 좋게 하고 편하게 하며 삶이 더 풍요로워지기도 한다. 좋은 습관은 이어가면 되지만 나쁜 습관은 한번 몸에 배면 고치기가 쉽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여든 지난다고 고쳐지거나 바뀐다는 말은 없다. 노력하지 않고는 아흔, 백, 아니 죽을 때까지 갈 수 있다. 습관은 충분히 고칠 수 있지만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옛것에 만족하지 말고 좋은 방법에 도전해 보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리처드 벤들러 교수는 ‘21일 법칙’에서 21일 동안 자신이 바라는 모습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세워 매일 실천하면 원하는 사람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부터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좌측 걷기를 원칙으로 정했다. 그러다가 2009년 말경부터 우측 걷기로 바뀌었다. 십 년이 지난 지금은 우측 걷기가 자리를 잡았지만 초기 몇 년은 이미 습관이 돼 있어 고치기가 어려웠고 매우 혼란스러웠다. 어떤 종단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측 걷기 하는 것을 보았다. 편리성이나 습관과는 관계없이 철저히 신학적 근거에 의해서다.


  습관은 잠재된 의식과도 관련이 있나 보다. 나의 경우 화장실로 손만 씻으러 가도 꼭 소변이 마렵다. 또 다니던 길에 익숙해지면 가까운 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더 먼 그 길로 가게 되는 것을 더러 경험한다. 시민이 많이 이용하는 전철역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에 전에는 두 줄 중 오른쪽은 서 있는 줄, 왼쪽은 걸어가는 줄로 오랫동안 이용했다. 그러다가 여러 해 전부터 걷지 말고 타고 서 있어야 된다고 알려도 고쳐지지 않는다. 이는 바빠서도 그러겠지만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며칠 전 우리 집에 친구들이 모였다. 아내는 남편, 남편은 아내 흉보느라 왁자지껄하다. 집안 이야기에서부터 이웃 사회로 확대된다. 벼라 별 습관 이야기가 다 나온다. 일상생활습관, 생각, 말, 걸음걸이, 심지어 술버릇이 있고, 글 쓰는 사람의 글 버릇이라는 것도 있다. 좋은 습관보다 나쁜(나쁘다는) 습관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무슨 좋지 않은 일을 당했을 때, 예민하게 받아들여 호들갑을 떠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근심 걱정은커녕 느긋하게 태평인 사람이 있다. 밥을 먹을 때도 나처럼 후닥닥 먹어 치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 아내처럼 밥알 하나하나가 다 으깨져야 삼키는 사람이 있다. 나는 성미가 급하기도 하고 수년을 밥 빨리 먹는 상사와 지내다 보니 그리 됐다. 위암 수술을 한 사당동 친구 강 아무개가 ‘건강할 때 건강 지키라’고 하던 말이 생각난다. 물을 하루에 2리터는 마셔야 좋다는데 많이 마시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깡마른 체질이다.


  양치질이 다 끝날 때까지 수도 물을 틀어 놓거나, 두루마리 화장지를 길게 늘어뜨려 놓는 것도 그리 좋은 습관은 아니다. TV프로에서 치약을 쓸 때 끝부터가 아니라 중간을 불끈 눌러 짜 쓴다며 말다툼하는 연예인 가족을 본 적이 있다. 절약하는 것도 부모 영향을 받아 습관이 되기도 한다. 쓸데없는 전등이 켜져 있다면 그 꼴을 그냥 봐 넘기지 못한다던지, 거의 다 쓴 치약에 가위질을 해 속에 남아 있는 것까지 알뜰하게 쓰기도 한다. 가위질을 하면 서너 번은 더 쓸 수 있는 양이 들어있다. 그런 일로 내가 잘 아는 민 아무개 씨네 딸과 사위는 가끔 다투기까지 한단다.


  약속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언제나 늦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만 나타나면 올 사람은 다 온 것이다. 시끄러운 곳에서 일하던 사람은 조용한 곳에서도 목소리가 크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과 늦잠 자는 사람, 나서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발언이나 노래할 기회가 있어도 지명되지 않으면 좀처럼 나서지 않는 사람도 있다. 걸음걸이도 다양하다. 어기적어기적 걷는가 하면 뭐가 바빠서인지 항상 종종걸음인 사람이 있고 터벅터벅 걷는 이도 있다. 늘 고개를 푹 숙이고 땅을 보고 걸어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고개를 쳐들고 먼 곳을 바라보며 걷는 사람도 있다. 가슴을 쫙 펴고 어깨를 추켜세우고 팔을 높이 내저으며 느릿느릿 걷던 경남 창원 직장동료였던 이가 눈에 선하다. 걸음은 발끝 부분을 바깥쪽으로 벌리는 것보다 11자 걸음이 보기에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주로 여성 모델이 걷는 1자 걸음도 건강에 썩 좋지 않을 것 같다.


  술버릇도 다양하다. 취하면 조용히 잠드는 이, 했던 소리를 반복하며 말이 많은 이, 큰소리를 지르며 시비를 걸어 잘 싸우는가 하면 엉엉 우는 이도 있다. 글 쓰는 사람의 글 버릇도 있다. 유식한 체 한자나 영어를 필요 이상 쓰거나 어려운 고사 성어를 자주 쓰기도 한다. 글을 다듬지도 않고 길게 쓰거나 자기를 너무 내세우는 것도 좋지 않은 글 습관으로 여겨질 것이다.


  인생의 99%는 습관의 힘이라고 한다. 하나하나의 습관이 그 자체로는 의미가 크지 않지만, 매일 행하는 행동의 40%가 지금까지 이어온 습관 때문이라고 한다. 인생은 습관 덩어리다. 처음에는 사람이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 일상의 사소한 습관들이 쌓여 삶을 좌우할 만큼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지금이라도 생각, 말, 식습관, 그 외 좋은 생활습관을 길러 보자. 그래야 삶이 더 윤택해지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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