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용대 Oct 07. 2020

수박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철에 가장 인기 있는 과일 중 하나가 수박이다. 수박은 무엇보다 수분이 풍부하여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되고 시원한 맛이 더위를 날려준다. 


수박이 과일인가, 채소인가? 헷갈린다. 과실 부위를 식용으로 하면 과일이고, 잎, 뿌리, 줄기 등의 부위를 식용으로 하면 채소라 구분한다. 그런가 하면 여러해살이 나무에서 열리는 사과, 배, 감 등은 과일이고, 한해살이 덩굴이나 풀에서 열리는 수박, 토마토, 참외 등과 콩, 고추, 방울토마토 등은 채소라고도 한다. 과일과 채소의 구분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채소로 볼 수도 있고 과일로 볼 수도 있어서인지 애매하게 과일과 채소를 합한 듯한 과채류라고도 한다. 단맛이 나는 열매면 과일이고, 그렇지 않으면 채소라는 주장도 있다. 그리 본다면 수박이나 참외는 과일이다.


  수박이 먹기는 좋지만 한 통 사 들고 어딜 갈라치면 무거운 것이 흠이다. 먹고 나면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그래도 수박만큼 여름철에 좋은 과일도 드물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나?’라는 말이 있다. 수박이 호박보다는 한 수 위인가 보다. 호박처럼 조리할 필요도 없고 무더운 여름 갈증해소에 수박만 한 게 있을까 싶다.


  시골에서 자랄 때 나의 형이 밭 위 산자락에 매년 수박을 심었다. 원두막은 더 없는 피서지였다. 나무나 숲이 많고 공기가 맑은 산이라서인지 아무리 무더운 날도 해가 지면 시원하다. 잠잘 때 새벽녘에는 춥기까지 하다. 원두막에서 모기에게 엄청 뜯겨 잊히지 않는다. 까만 산(山) 모기는 집모기보다 훨씬 지독하다.


  수박은 대부분 냉장고에 넣었다가 차게 먹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원두막 주위에 뙤약볕에 제대로 익어 나뒹구는 열 받은 수박 맛은 냉장수박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요즘처럼 무덥고 가물 때 그 맛을 본 사람이라면 찬 것보다 더운 것을 좋아할 것이다.


  수박 고르는 방법을 내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전에는 수박 등에 삼각형으로 칼질을 해 속을 보고 샀다. 등에 칼질을 하면 웬만히 익은 것은 모두 속이 빨갛게 보인다. 확 뒤집어 배꼽이 있는 흰색 주위에 칼질을 하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럴 경우 수박장사는 죽을 지경이다. 또 초록색 무늬, 특히 배꼽 주위가 선명하고, 배꼽이 작으면서 무거운 것이 좋다. 너무 가벼우면 농익었을 수 있다. 꼭지가 말랐거나 없는 것은 사지 말아야 한다. 밭에서 따고 나서도 꼭지는 여러 날 지나야 마른다. 없거나 말랐다면 그만큼 딴 지 오래됐다는 증거다. 두드려서 소리를 듣고도 고른다. ‘퉁퉁’ 하는 둔탁한 소리보다 ‘창창’ 거리는 맑은 소리가 나야 신선하고 잘 익은 것이다. 요즘 크고 껍질이 두꺼운 수박을 더러 본다. 이것은 토양 전염병 예방을 위해 박과 접을 붙여 재배한 것이다. 맛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껍질이 두껍다 보니 그만큼 먹을 것도 다.


  수박의 원산지는 열대 아프리카로 고대 이집트, 유럽,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거쳐 우리나라에는 고려 때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 일반 수박 외에 일명 ‘푸랭이’라 부르는 무등산 수박이 있다. 광주광역시 무등 산기슭에서만 생산되는 특산물이다. 보통 수박보다 2~3배 큰 20kg 이상이다. 토질이 좋은 곳에서만 자라고, 한 줄기에 하나만 열리며, 한번 수확한 밭은 3년을 놀려야 하니 생산되는 양이 적고 가격이 만만치 않다. 20kg 크기가 18만 원~20만 원선이고, 30kg 이상인 것은 부르는 게 값이라 한다. 그러다 보니 광주에 살았던 사람도 못 먹어본 사람이 태반이라 한다.


  수박에는 비타민 A와 C가 함유돼 있어 이뇨작용으로 소변불리(소변량이 적으면서 배출이 원활하지 못하고, 배출되면서도 시원하지 않은 증상), 신장염과 간염, 고혈압, 황달 등의 치료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수박 못지않게 씨에 놀라운 효능이 있다고 한다. 수박을 먹으면서 씨는 항상 골라내기 바쁘다. 씨에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 성인병 예방 효과적이다. 감기에 좋고, 가래를 삭이기도 한다. 급성 천식 기관지염 등 기관지 건강에 도움을 준다. 또 피부를 탄력 있고 깨끗하고 부드럽게 해 줄 뿐 아니라, 피부 질환 예방,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수박씨가 이로운 점이 많지만, 그중에도 씨 속에 시트롤린 성분은 몸속 노폐물을 소변을 통해 배출해주어 방광염을 개선해 주는 효과와 붓기를 빼주고, 신장 기능을 강화시켜 주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수박씨를 그냥 삼키면 건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씨도 꼭꼭 씹어서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포도 씨를 아작아작 씹어 먹는 것은 보았으나 수박씨를 그리 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수박주스를 만들어 마시는 것이다. 또 씨를 말려서 볶은 후에 차로 마셔도 좋고 가루를 만들어 미숫가루 등에 타서 먹어도 좋다.


  무슨 음식이나 과식은 좋지 않듯이 수박씨도 신장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몸이 찬 사람은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무더운 여름철 시원하고 맛있는 수박 먹고 남은 더위 잘 이겨내기 바란다.    

이전 08화 고구마의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