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용대 Jan 10. 2021

송구영신

해마다 새해가 오면 송구영신(送舊迎新)을 하게 된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다. 지난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해 본다. 지난해는 누구나 예년과 달리 힘들게 보냈다.

나는 미력하나마 1천여 명이 45년을 넘긴 모임에서 여러 해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 왔다. 연초부터 겪게 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매년 5백여 명이 참가하던 총회를 열지 못했다. 따라서 칠순을 맞은 8십여 명 회원의 축하행사도 못하고 약간의 축하금을 전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임원회의 조차 열지 못했고, 봄가을 2백여 명씩이 참여하던 지방나들이 행사도 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회원 중심으로 매월 실시하던 산악회도 딱 한 번으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특별히 6십여 명으로 계획했던 백두산 탐방은 항공 티켓까지 발급받고도 여행비를 모두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또 다른 모임에서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고 회비를 모았다가 이것 역시 항공 티켓을 발급받고 못 가게 되었다.

지난해 오래된 고향 친구, 직장동료였던 친구, 이웃 친구 등 친구들과 선후배 여럿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냈다. 아들의 간을 이식받은 엄마를 위해 회원들로부터 성금을 모아 전하기도 했건만 보람도 없이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이별하게 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내 이름으로 된 책 두 권을 출간했다. 그간 취미 삼아 틈틈이 써서 여러 문예지(文藝誌)나 신문에 났던 글을 모아 『영원을 향한 선택』, 『날개 작은 새도 높이 날 수 있다』를 펴냈다. ‘POD(Publish on Demand) 출판 방식’을 이용했다. 단 한 권이라도 저자나 고객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저자로서는 재고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원고는 물론 책 모양, 글꼴, 디자인, 편집, 교정 등 모든 과정을 저자 본인이 직접 정하고 실행하기 때문에 비용을 들이지 않고 책을 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지난해 문인(文人) 여러분을 사귀었다. 아동문학과 수필 등 여러 권의 책을 낸 글쓰기 강사 서 작가, 제주도 수필 문학지 편집을 맡고 있는 김 작가, 하찮은 내 글을 읽고 저서(著書)를 보내 준 충남 태안군의회 의장을 지낸 일가 중견작가와 수필집 네 권을 낸 춘천 장 작가가 참 고맙다. 장 작가는 KBS 우리말 겨루기에서 준우승을 한 여성으로 그분의 책은 내게 많은 공부가 되기도 한다. 33년을 특수학교에 종사하며 교장을 지내고 지금도 경기도 의정부에서 장애인 여가생활학교를 운영하는 변 교장과의 만남도 빼놓을 수 없다. 귀한 분들과 사귄 것은 큰 보람이고 행운이다.

보람 있는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뜻하지 않은 황당한 일로 몸을 다쳐 시술과 치료를 하느라 치료비만도 3백5십여만 원을 쓰고 6주간 동안 몸 고생 맘고생을 한 일도 있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나는 성공(成功)하고 싶다. 이를 통해 행복(幸福)해지고 싶다. 성공은 삶의 보람이나 행복이 빠진 돈이나 권력, 명예 등 사회적인 것만으로 이루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거창한 것보다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생각해 본다.

미국 ‘랄프 왈도 에머슨’은 「성공이란 무엇인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서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소확행(小確幸)’이란 말이 유행했다. 이는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을 이르는 말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수필집에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소확행’이다.”라고 했다.

아르헨티나 유명 배우 린 피터스는
  “행복이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즐기는 것이다.”,
  “누구나 지금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매일매일이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다.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친구네 가훈이 생각난다.  ‘하루에 한 가지씩이라도 남을 위해 일하자’ 문구가 참 쉽고 평범하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란 어려울 수도 있고 아주 쉬울 수도 있겠다. 거창한 일로 생각하면 어려울 것이지만 내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일부터 실천한다면 그리 어려울 것으로만 생각되지 않는다. 가정, 직장, 사회에서 성실한 모습으로 신뢰를 쌓아야겠다. 나 자신을 낮추고 남을 속이거나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며 배려하여 관계를 소중히 여겨야겠고, 작은 것이라도 남에게 이익이 되게 해야겠다.

새해 좋은 일뿐 아니라 궂은일도 닥칠 것이다. 그러더라도 건강한 몸, 건전한 정신, 일상의 보람과 행복을 찾으려 노력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