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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라떼 Feb 28. 2021

처음으로 준비한 웨딩 플라워


작년에 플로리스트 코스를 마칠 때쯤 친구가 올해 2월에 결혼을 하는데 웨딩부케를 해줄 수 있겠냐고 해서 

흔쾌히 승낙.  이 친구는 2번째 결혼식이라서 그냥 간단하게 웨딩 부케 한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플로리스트를 같이 했던 친구 "수'가 도와주기로 했다. 우리 둘 다 그냥 경험 삼아 한번 해보기로.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된 웨딩 플라워.


결혼식은 오늘이었는데 그전에 2번 새벽 꽃시장에 다녀왔고, 신부인 애나도 꽃시장에 와서 자기가 원하는 꽃들을 보기도 했었다. 대충 어떤 꽃을 사야 할지 생각을 해두고 어제 새벽에 꽃시장을 갔는데 이변이 생겼다.

2주 전에 왔을 때 팔던 꽃들이 거의 없는 거다. 심지어는 그렇게 많던 장미도 파는 곳이 몇 군데 없어서 시작부터 우리는 난관에 부딪쳤지만 결혼이 그다음 날인지라 급하게 대체할 수 있는 꽃들을 사 가지고 왔다.


사온 꽃들은 우리 집 차고에 넣어 놨다.


결혼식이 다음날이라서 오후부터 꽃을 정리하고 만들기 시작했다.


웨딩부케, 버튼홀 (Buttonhole) x 3, 코르사주 (Corsage) x 4, 하객 테이블에 놓을 꽃병 x 10, 그리고 신랑 신부 테이블에 놓을 플라워 등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 웨딩부케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수와 난 몇 번 풀었다 다시 만들었다.


꽃시장에서 사 온 꽃들을 차고에 보관했다.




코사지 & 버튼 홀 ( 선생님말에 의하면 프레젼테이션이 중요하다고 해서 박스를 따로 준비했다)

완성된 웨딩부케.. 리본을 달아야 한다.


오후 2시에 시작해서 밤 12시까지 웨딩 플라워를 만들고, 아침에 일어나서 신부집에 코르사주와 버튼홀 그리고 웨딩 부케를 딜리버리 했다.


사실 애나 집에 도착해서 젤 먼저 한말은 "정말 미안해. 생각보다 꽃 만드는 게 어려웠는데 맘에 안들 지도 몰라. 하지만 부케는 너의 결혼식의 정말 작은 부분이니... " 애나는 꽃이 에쁘다고 해주었지만 여전히 자신은 없었다.


수와 함께 결혼식 장소에 도착했다. 결혼식은 카바리타 파크에서 열리고 웨딩 리셉션은 파크 근처 워터 프런트에 있는   https://veladiningandbar.com.au/

작은 레스토랑이지만 바로 강가여서 분위기는 아주 좋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아직도 아침식사를 하는 손님들이 있어 한참을 기다렸다.







이렇게 셋업을 해놓고 이제 결혼식 장소로 갔다.



신랑 제이




오늘의 주인공인 애나 & 제이

어제 아침에만 해도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려서 은근 걱정했었는데, 오늘 날씨는 완벽했다.



웨딩 케잌 셋팅 - 장미꽃잎을 이렇게 깔았더니 러블리했다.


완전히 셋업 된 레스토랑

야외 촬영을 마치고 드디어 신랑 신부가 레스토랑으로 입장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다들 예쁘다고 칭찬을 해주어서 기분 좋았다.


친구 수와 난 이 웨딩 플라워를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1) 우리는 부케를 처음으로 만들었는데 부케를 제일 마지막에 만들어야 할 것

2) 가능하면 꽃을 아침에 사 오고 만드는 건 결혼식 당일 새벽에 시작 (우리는 튤립을 부케에 넣었는데 튤립이 밤새 자라서 아침에 부케를 다시 손봐야 했다)

3) 대체 가능한 꽃들을 신부와 상의해야 한다. (우리는 한두 가지 꽃만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꽃들의 거의 없어서 곤란했었다)

4) 가능하면 신부가 원하는 데로 해주지만 우리도 신부에게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 (애나는 전부 흰색과 그린을 원했는데 막상 휜색만으로 버튼홀을 만들기에는 좀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는 살짝 보라색을 넣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나중에는 애나도 좋아했고)

5) 항상 꽃은 넉넉하게 사야 한다는 것 - 혹시 부러지거나 망쳤을 경우를 대비해서



수는 이런 기회가 다시 온다면 또 하고 싶다고 했다. 난 조금 망설였고.. 사실 너무 힘들어서..

그런데 막상 예쁘게 장식된 꽃들과 행복해하는 신랑 신부를 보니 다음에 기회가 오면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와 나는 돈을 벌기보다는 (사실 우리는 아마추어 플로리스트라 이걸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 우리의 드림을 위해서.. (애나의 결혼식 꽃은 재료비만 받고 그냥 만들어 준 것이다.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저렴하게... 신부도 깜짝 놀람)



힘들었지만 기분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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