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by cochise barber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영화의 바다는 홋카이도의 한적한 소도시일 것이다.
조용히 펼쳐진 해변 풍경은 오래전 제주의 용담이나 탑동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긴 시간 동안 소리 없이 장면만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관객의 인내심을 시험하듯, 파도와 해변만이 화면을 채운다.


주인공 시게루는 청소미화원이다.

쓰레기를 수거하다 부러진 서핑보드를 발견하고, 잠시 망설인다.

결국 집으로 가져와 스티로폼을 깎아 모양을 맞추고 테이프를 감아,

그만의 방식으로 얼추 보드를 만들어낸다.


여자친구와 함께 그 보드를 들고 바다로 향하는 모습은 서툴지만 단단하다.

청각장애를 지닌 시게루는 파도에 몸을 던지지만 번번이 떨어진다.

그를 비웃는 사람들의 목소리조차 그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평생 귀머거리로 살아온 그에게, 소리 없는 세계는 오히려 편안한 곳일지 모른다. 그는 타인의 시선과 목소리로부터 자유로운 채, 오직 파도와 보드에만 집중한다.


끊임없는 도전 끝에 그는 서핑 대회에 나가지만, 첫 번째 시도는 자신의 이름을 듣지 못해 실격된다. 그러나 두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입상하며 보람을 맛본다. 그때부터 시게루는 점점 바다에 빠져든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도 그는 파도를 향해 나아가고, 결국 돌아오지 못한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남의 시선이나 목소리에 얽매이지 말고, 묵묵히 나아가라는 것일까.

아니면 순간에 집중하며 삶을 붙잡으라는 것일까.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그에게 침묵은 결핍이 아니라 자유였다.
그 자유 속에서 그는 파도와만 대화하며 하루를 살았다.
요즘 들어 문득 이해하게 된다.
영어 표현 Seize the day. — 하루를 붙잡으라는 말의 무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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