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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블리 Jul 12. 2021

37.5 너를 데리러가야 하는온도

어린이집 하원의 이유



바쁜 업무 중 날아온 문자 한 통.

스팸문자겠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한참이 지나서야 확인을 했다. 보낸 사람이 어린이집 원장님인 것을 확인한 후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일단 핸드폰에 '어린이집'이 찍히는 걸 본 순간 긴장이 된다. 업무 중에 어린이집에서 오는 연락은 대부분 안 좋은 소식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주 열이 오르고 내린다. 코로나 이전에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열이 나면 미리 보내 놓은 해열제를 먹이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젠 열이 나서 37.5도가 넘어가면 무조건 하원을 해야 한다. 어린이집에서 해열제를 먹일 수도 없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열이 나는 날이면 나는 극도로 초조하고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문자를 보고 나니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0.1도만 더 올라가면 아이는 하원을 해야 한다. 코로나가 정말 지긋지긋하게 싫다. 가뜩이나 아이가 아플 때마다 자리를 비우는 게 눈치 보이는 데 이젠 열이 조금만 나도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니 더 눈치가 보인다. 이럴 때마다 아쉬운 소리를 하며 굽신거려야 하는 내가 싫다. 







원장님은 실시간으로 체온 측정을 해서 보냈다. 조만간 전화벨이 울릴 것 같았다. 나는 점심밥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오늘까지 처리해야 하는 업무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언제 울릴지 모르는 전화벨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부장님에게 또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점점 짜증이 차오르고 있었다.







다행히 아이는 열이 내렸다. 하루 종일 동동거렸던 나는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아이를 맡기고 일하는 엄마는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마음이 항상 불안하다. 코로나가 이런 불안함에 기름을 부었다. 이제는 아이의 체온 0.1도 조차 신경을 써야 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다양한 변수에 우리는 늘 대처해야 한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 육아이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해결해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고 의무이다. 하지만 여기에 코로나라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이전보다 몇 배는 힘들어졌다. 


연일 천명이 넘어가는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거리두기는 4단계까지 올라갔고 그 덕분에 유치원 초등학교는 전면 온라인 교육, 어린이집은 휴원이 결정되었다. 다행히 어린이집 긴급 보육 서비스 덕분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할 수는 있지만 불안한 마음을 숨기기는 어렵다. 어디서 어떻게 확진자와 접촉될지 모르는 불안감은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든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확진자와의 접촉은 나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위협과 공포가 된다. 실제 주변에서도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다. 내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단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











언제쯤 이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이 상황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 열이 나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맡겨두고 5분 대기조로 일해야 하는 워킹맘에게 코로나 시대는 참으로 어렵다. 그저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도 회사도 코로나 걱정 없이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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