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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글 날개 Apr 13. 2023

오페라하우스, 멀고도 가까운

거리감을 좁히는 것은 마음 한 끗 차이

"엄마, 오페라하우스에서

손열음 피아니스트 또 보고 싶어."


작년 아이와 함께 운 좋게 볼 수 있었던 손열음 피아니스트와 시드니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연주. 아이가 불현듯 기억이 났는지 나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진짜 좋았지, 엄마도 또 보고 싶다."

아이에게 답하다가 처음 오페라하우스에 가졌던 내 마음들이 생각났다.


시드니에서 유독 좋아하는 곳은 트레인을 타고

서큘러키(Circular Quay) 역에서 내리는 시간. 

꽤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이 역에서 내리면 미술관도, 도서관도, 화려한 카페거리도 만난다. 무엇보다 오페라하우스가 내 눈앞에 떡하니 보이게 된다.


하버브릿지를 통과하고 있는 트레인 안에서. 멀리 오페라하우스까지 한눈에 보인다.


시드니에 오기 전,

멋지게 차려입고 오페라하우스에서 우아하게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꼭 한 번 봐야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웅장한 열기에 압도될 상상을 해보곤 했다.

그런데 시드니에 온 후 코로나가 터졌고, 실내인 오페라하우스는 바이러스의 위험으로 언제 갈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 오면서 점점 더 장벽 높은 환상 속의 그곳이 되어갔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벼르고 벼르던 오페라나 뮤지컬을 보기 위해 오페라하우스 웹사이트를 서치 했다.

몇 달 동안 아이와 함께 볼만한 무엇인가를 찾지 못하다가 자세히 보니 무료로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체험을 할 수 있는 것들이 방학시즌에 많이 개설이 되어 있었다.


'오페라하우스에서 이런 것도 하나?'


호기심반으로 뮤지컬과 오페라는 다음에 찾기로 하고 무료체험을 가봤다. 아이가 한 시간 남짓 건축물을 만들고, 서포트 요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오페라하우스의 공간 한편에 아이가 만든 작품을 전시해 놓고 나와도 돼서 아이는 뿌듯해했고, 방학 때마다 그렇게 무료체험을 찾아 오페라하우스로 가서 시간을 보냈다. 

그야말로 소소한 일상이 여행 같던 순간이었다.


손열음 피아니스트가 공연하러 시드니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티켓을 끊었다.

메인석이 아니어도 잘 보이는 곳이 있고, 아이는 가격이 더 저렴해서 별로 부담도 없었다.

오페라하우스 내부는 웅장했지만, 워낙 대규모의 공연장도 많기에 익숙한 느낌이었다. 지인이 내 아들은 '예술의 전당이 더 좋데네'라고 하던 생각도 어렴풋이 지나갔다.


어느새 오페라하우스는 멋져만 보이던 곳에서 정말 친근한 곳이 되었다.

간간히 뭘 묻고, 티켓을 취소할 건이 있어서 영어로 데스크에 전화할 일이 있어도 긴장이 되지 않았다.

오페라하우스가 비싼 값을 지불하고 우아하게 마음잡고 들어갈 수 있는 곳 만은 아니었다는데서 오는 심리적 편안함 때문이었다.




일상을 살다 보면, 익숙하지 않음이 주는 벽이 있다. 오페라하우스가 예가 됐지만, 사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다.


괜히 어렵게 느껴지던 사람도,

갈까 말까 망설이던 새로운 장소도,

마음에 품다 품다 뒤늦게 하던 새로운 도전도,

내가 마침내 용기  한발 딛었던 해외 살아보기도.


겪고 보고 알고 보면 것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바라보기만 할 때는 한발 다가가기가 어려웠는지.

그래서 그 마음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

멀게만 느껴졌던 것에 한발 다가가보니 어느새 익숙해져서 시야가 훌쩍 커져버린 상태.

그런 기분이 참 좋다.


내가 요즘 원하면서 머뭇거리는 것이 있는가?

망설이는 것이 있는가?

그게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자.


시작해서 알고 보면 열에 아홉은 머뭇거리는데 에너지를 쏟지 않았어도 되는 것들이 많았으니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추가로 친근한 오페라하우스가

  vivid show에서 변신한 사진을 첨부한다.

  일 년에 한 번씩은 이렇게 변신해 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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