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 Chi: 태극권(太極拳)((중국 송대(宋代)에 시작된 체조식 권법(拳法) ; 완만하게 원호(圓弧)를 그리는 동작이 특징이며 건강법으로서 보급)) -네이버 영어사전-
내가 저 무리에 끼기라도 한다면?
지나가다가 상상해 보고 피식 웃음을 지었다.
사실나에게 필라테스나 요가를잘할 것 같다고 말을 하는 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민망하기 그지없다. 타이치는커녕 흔히 여자들이 한다는 운동들에도크게 흥을낸 적이 없다.
근데웬걸,
시드니에 온 후 몇 개월 지나자나도 타이치 사부님을 따르게 되었다는 사실. 아이학교의 학부모 중국인 부부가타이치를 가르쳤던 경력이 있어서 매일 아침 운동하는 그 팀에합류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우리 아이 학교, 같은 반엄마가 사부라고?'
사부와는 반대로 타이치 쌩초보인 나는 타이치를 하며 어색하고 민망해할 순간들이 올 거라는 생각에 한다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머뭇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곳이 시드니인 이상,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은어색한것이 아니라 신선하다라고 생각하고 나도 타이치 멤버가되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아침 타이치 운동.
아니나 다를까, 팔동작과 다리동작의 순서를 외워가며 그럴듯하게 모양을 내려고 하니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니었다.
눈빛이 날카로운사부가 한 사람씩 해보라고도 시키고 동영상 촬영으로 잘된 점과 아닌 점을 짚어주는 성의도 보이니 나도 어느새 집중하며열정적으로 배웠다.
들숨과 날숨을 번갈아 하며 마음에 있는 화를 뱉어내고 긍정적 기운을 들이마시는 동작도 있었는데 매일루틴이 되자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우리 멤버가 타이치를 하고 있으면 파크 옆을 지나가던 행인들은 궁금한 듯 쳐다본다. 그리고 이내 우리에게 다가와 자기들도 합류할 수 있냐고 물어 사부님이 오케이를 하면 또 인원이 추가되기도 하는 무료 강습이다.그렇게 하다 보면 멤버가 늘어나면서 또 다양한 인종,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이들을 접할 수 있었고, 나보다 초보인 이들에게나도 팁을 알려주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호주인 친구에게 타이치를 아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몇 년 전 파크에 나가서 2년 정도 배운 적이 있다고 하니 시드니에서 접근성이 쉬운 운동은 맞나 보다.
나와 맞지 않을 것 같다고 단정 지었던 것을 의외로 즐겁게 하고 있을 때의 쾌감을느꼈다. 타이치 멤버들은 나이대도 인종도 다양했지만 우리는 타이치 패밀리라고 더 나은 이름을 붙이고 서로 응원하곤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면서, 그리고 각자의 본업에 충실하게 되면서 1년 6개월 정도로 타이치는 마무리하게 되었다.
타이치가 남겨준 것은 추억도, 건강한 심신도 있지만 내가 평소 해보지 않던 새로운 것을 의도적으로 해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가장 컸다.
내가 안 해봤던 것, 안 먹어봤던 것, 접할 수 없었던 인종 등을 마주하며 아직도 살아갈 날은 많고 넓힐 수 있는 영역은 여전히 많겠다는생각을 해봤다.
내가 타이치 멤버가 될 즈음 아이는생소했던
'Netball'이라는학교스포츠팀의 멤버가 되었다.
아이 또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몰랐던 자신의 모습에 호기심을 느끼고 자신감이충만해진 시기였다.
무엇을 바라보면서 나랑은 거리가 좀 먼 것 같다고 함부로 단정 짓지 말기로 한다. 나이가 어리면 어린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의외의나를 발견하며 살아야 한다.
또 다른 세상과 얽힐 수 있는 일상의 작은 기회들도잡으며, 나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가며 살아야 길고도 짧은 인생 재미나게, 잘 살 수 있겠지싶다.
타이치 패밀리와 Blue Gum Walk 에서 부쉬워킹을 하고, 산 속에서 타이치를 했던 추억도 있다. 하늘은 늘 그렇듯 맑고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