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의 자유

하루 시

by 그래
20241006 빗 속의 대화.jpg

진짜 비가 온다.

어릴 적 나는 비 맞는 걸 좋아했다. 여름이 되면 하교할 시간만 기다렸다. 아침에 버젓이 쓰고 우산을 가방에 넣어두고(혹은 손에 들고) 교문을 나선다. 교복 사이로 스며드는 물의 감촉이 좋았다. 어릴 때는 이유는 몰랐지만, 물에 빠진다는 공포감에 깊은 물에 들어가지 못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비 맞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물에 충분히 젖은 몸 위로 떨어지는 비 느낌이 좋아 하늘을 올려다보면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마치 물 속인 듯 자유롭다. 굵은 빚줄기가 모여 바닷속에 있는 착가도 든다. 그리 있다 보면 제자리에 몇 분이고 서 있는다. 그때의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 비를 맞고 싶지만,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다. 계절의 조금만 늦장을 부려도 바로 감기라는 친구를 달고 와서 그럴 수가 없다. 그때는 감기에 걸려도 하루 이틀이면 나았으니, 가능했었다. 그래도 가끔 비를 맞을 때는 있다. 굵은 비는 오래 맞지 못하지만, 가랑비처럼 얇은 비를 맞을 때면 하늘을 본다.


차갑게 식혀주는 느낌이 좋다.

이전 21화호랑이 장가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