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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Apr 23. 2024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오늘 아이가 아파서 오전에 계속 아기 띠를 하고 있었다. 아기 띠를 맨 채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휴대폰으로 전자책을 읽었다.



읽은 책은 김종원 작가님의

<66일의 인문학 대화법>이다.



정말 몇 문장 읽지 않았는데도 깊게 생각할 만한 구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생각하느라 도통 챕터가 넘어가질 않는다.



분명 자녀교육에 관한 책이건만 나에 대한 공부가 된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결국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내가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 우리 아이도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나에 대한 성찰과 공부를 하는 것이 곧 우리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말은 줄이고, 행동으로 보여주기가 가장 중요하다.






책 속에서 이 문장을 만났다.





사무치도록 공감이 돼서 이곳에 적기도 해 본다.



혼자서 오랫동안 자신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타인의 비난에 흔들리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며,
혼자만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을 걷습니다.

혼자 있어도 강하기 때문에
모두가 나를 떠나도 홀로 자리를 지키고,
아무도 자리를 떠나지 않아도
홀로 어딘가로 떠나죠.

그는 오직 하나, 내면의 소리에만 반응하며 움직입니다.



이 글을 읽는데 과거의 내 생각이 정말 많이 났다.





과거에 나는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다.

과거에 나는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극도로 외로움을 타서 연애를 쉰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쁜 연애를 반복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문제가 다름 아닌 나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의 근원이 외로움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살고 싶었던 나는, 이 외로움을 정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떠났다. 홀로 고독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2014년 1월, 내가 27살이 막 되었을 때 나는 홀로 네팔에 갔다. 40일 정도 네팔에 있었는데 그중 20일 여일은 히말라야 트레킹을 했다.



일반인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코스였던 EBC 코스 5,550M에 오르는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전화조차 되지 않았으므로 할 게 생각밖에 없었다. 계속 생각했다. 생각한 뒤에는 적었다. 낮에는 걷고 밤에는 생각의 사슬을 활자로 적어내려 갔다.



그리고 철저한 고독도 함께 경험했다. 외로움을 넘어선 고독이라는 단어를 온몸으로 느껴봤다.



이러한 길을 계속 걷고 또 걷는다.
5,550M 고지에서.


히말라야에서 내려온 뒤에 나는 부처가 태어난 룸비니라는 지역으로 향했다. 룸비니에 있는 한국사찰에 머물면서 또 많은 생각을 했다.



은은한 온도라는 이 이름도 그때 네팔 여행에서 찾은 내 인생의 지침이다. 너무 뜨거워서 주변을 태워버리지도, 너무 차가워서 주변을 얼려버리지도 않게 은은한 온도를 지닌 사람으로 살자라는 뜻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에, 여전히 많은 어려움과 시련들이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 오랫동안 나를 견디는 경험을 해본 탓에 흔들리지 않고 잘 걸어 나갈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훨씬 마음과 정신이 단단하고 건강해졌다. 이제는 내속이 흙탕물처럼 어지러워도 다시 가라앉히는 방법을 안다.  



나는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단, 본인이 변하려 노력할 때만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말을 당당히 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실제로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종원 작가님의 저 말씀은 정말 맞는 말씀이고 옳은 말씀이다.



단단한 내면을 지니고 싶다면 응당 고독을 경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고독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모른다.



혹시, 지금 어딘가에 예전에 나처럼 인생이 괴롭고 고통스러운 사람이 있거든 직접 고독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시길 권유드린다.



고독이 끝났을 때, 분명 이전과는 달라진 단단해진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네팔 룸비니에서 깨달음을 얻고 하늘을 봤는데 무지개가 떠있었다.



*


책을 읽다가 굉장히 와닿는 구절을 만나 이렇게 글로 풀어보았습니다.



저는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네팔 여행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라고요.

여러모로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혼자서 오랫동안 자신을 견디는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시간을 잘 경험한다면 앞으로 그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리라 생각이 됩니다.



저희 모두 단단해져요.

이토록 혼란스럽고 변화가 많은 세상에서 잘 살려면

스스로가 단단해져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저도 했습니다.

그럼 단단해지는 우리를 그려보며

오늘도 은은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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