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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Apr 25. 2024

남편 생일에 내 선물 받는 여자.

© anniespratt, 출처 Unsplash



이틀 전 남편의 생일이다.


나와 남편은 매월 초가 되면 각자의 용돈을 받는다. 그 금액은 아주 귀여우므로 보통 나는 남편의 생일선물을 위해 거의 1년 전부터 돈을 모은다. 원래는 1년짜리 주 단위로 납입하는 적금을 했는데 어쩐 일인지 작년에는 하지 않았다.


아마 이사 임신 출산으로 매우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올해는 남편의 선물을 살 돈이.... 넉넉지 않았기 때문에 밥이라도 든든히 해주자 싶어서 준비를 했다.


어젯밤에 아이들을 재우고 10시부터 요리를 했다.


먹고 싶다던 불고기,
좋아하는 반찬 두부조림,
빠질 수 없는 소고기 미역국.


허허허. 이렇게 3개만 했을 뿐인데 2시간이 훌쩍 넘어버린 건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분명 조리시간 각각 20분씩이라 쓰여있었는데 참 이상했다.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그런가 제법 맛과 모양이 그럴싸했다.


아침이 되었다. 선물이 없었으므로 일어나서 편지를 쓰고 아침상을 준비했다.





생일 축하 노래 부르고,   
초를 불고,
소원도 빌고,
아침을 야무지게 먹고,
케이크도 든든하게 먹었다.


그러는 와중 우리 엄마에게서 생일 축하 연락이 왔다. 필시 생일 축하한다는 인사와 어떤 선물이 갖고 싶냐는 내용의 카톡이었을 것이다.


둘이서 한참 카톡을 주고받더니, 나에게 말한다.


"장모님이 여보 바람막이 사주실 거야. 여보 입어"


과연 이건 무슨 소리일까?


이 얘기는 바로 본인의 생일선물로 내 선물을 샀다는 이야기였다.


아휴우우우우우.....
그렇게 한사코 내 선물이 아닌 본인의 선물을 사라고 얘기했거늘.


오후에 엄마와 통화를 했는데,
남편이 자기는 본인 선물 사는 것보다 내 선물 사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며 사줄 테니 예쁘게 잘 입으라고 하셨다.


엄마한테 딸 아끼는 사위 둬서 참 좋겠소! 했지만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늘 내 생일은 휘황찬란, 스페셜, 럭셔리, 이벤트 뿅뿅 스럽게 보내는데 남편 생일은 가족 이벤트로 어물쩍 넘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어제도 그런 미안한 마음을 담아 생일 편지를 써서 전했다.


계속 미안해만 하면 선물해 준 사람한테 예의가 또 아닐 테니 브런치에서 마음껏 좋아하고 자랑해 보련다.



여러분~!!
저 이런 남편 뒀어요!!!!

본인 생일인데
자기 선물은 안사고
아내 선물 사주는
그런 남편이 제 남편이에요!!!!

장모님한테
아내 선물 사주는 게
더 좋다고 했다네요!!

네!!! 맞아요!!
바로 이 남자가 제 남자예요!!


5월부터 다시 남편 생일선물 돈 모으기를 시작해야겠다.



내년에는 진짜로 휘황찬란 스페셜 럭셔리 이벤트 뿅뿅 가득한 남편 생일이 되기를 바라본다.



내가 받을 선물. 고마워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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