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은한 온도 May 13. 2024

세상 모든 애매한 이들에게 격려를.

<애매한 재능> 수미 작을 읽고.


이 책은 제목부터 참 끌렸습니다. 애매한 재능이라니요.



40대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까지도 저는, 여전히 제가 참 애매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천재처럼 대단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젬병도 아닌.

중간 이상은 가는 것 같은데 최고는 아닌.

대상을 받지는 못하지만

우수상 정도는 받아오는

딱 그 정도의 애매한 재능.



바로 저입니다.



저는 글쓰기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애매했기에 사는 내내 슬펐습니다.



하나가 독보적이라면 하나를 주야장천 팔 텐데, 저는 다 어느 정도는 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와 버려서 오히려 갈피를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 제목을 보자마자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리고 싶은 책은 수미 작가님의 <애매한 재능>입니다.  









이 책은 브런치 스토리에서 구독 중인 작가님의 책 후기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제목부터 미친 듯이 끌려서 후기를 읽은 뒤, 바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읽으면서 저는 제 이야기에 맞장구쳐주는 친한 친구와 함께 있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수미 작가님이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나오신 점이 정말 반가웠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연극 영화과를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책 속에는 녹아있는 연극 작업들에 대해 누구보다 생생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작가님이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글쓰기가 전공이 된 과정,

글쓰기 전공을 하며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글 쓰는 직업인으로서 살아간 이야기,

애 셋 엄마의 삶과 글 쓰는 삶의 콜라보 등.



아주 유명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글을 계속 쓰고 계신 작가님의 쓰기 인생이 주를 이룹니다. 중간중간 가족들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저는 읽으면서 예술을 업으로 선택한 사람들은 참 괴롭다 생각했습니다. 다른 직업과는 다르게 예술에는 유명과 무명이 존재하고, 재능이라는 반짝이는 빛이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재능을 줄 거면 확 몰아주시지 왜 애매하게 주셔서 이렇게 사람들을 괴롭히는지.. 원...



그래도 작가님은 이렇게 책을 출간하셨으니, 마냥 애매하지는 않으시다~ 싶었습니다.






애매했던 저의 삶을 좀 돌아봤습니다.



상을 좀 받았던 편이었습니다. 저는 글짓기 상도 받아 봤고, 그림 상도 받아봤고, 성적 우수상도 받아봤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상들 중에 단연코 1등 상은 없었습니다.  



상 받을 정도는 되지만 1등까지의 실력은 아닌... 도대체 나 뭐 해 먹고살아야 해라는 적성고민이 저에게는 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다 애매할 바엔 가장 강하게 좋아하는 일인, 연기를 하자. 이건 좋아할뿐더러 잘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하고  진로를 정했지만 연기마저도 저는 애매한 재능에 속해있었습니다.



결국, 연기를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 일반 사람이 되었습니다. 물론 연기를 그만두게 된 배경에는 재능 탓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만두는 일이 마치 재능의 영역에서 실패한 실패자처럼 느껴져서 한때는 참 우울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책을 읽으며 정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공감은 크나큰 힘이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구나..'



작가님의 삶을 엿보며 나 혼자만 괴로웠던 것도 아니고, 나 혼자만 별났던 것은 아니었구나 안심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야 주스 될 거야 (꿀꺽)
나는야 케찹 될 거야 (찍)
나는야 춤을 출 거야 (헤이)
멋쟁이 토마토

-동요 <멋쟁이 토마토> 중에서





남편에게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면 늘 없다고 말합니다. 궁금한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돈 벌어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고마우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마음이 아픕니다. 자신이라는 고유한 사람이 없고 아빠의 역할만 있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남편에게 하고 싶은 것을 찾아주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그에게도 가슴 뛰게 하고 싶은 일이 생기길 희망합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돈 버는 일 말고 나 자신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멋쟁이 토마토처럼 멋쟁이가 된 기쁨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냥 사람이 아니야, 글을 쓰는 멋쟁이 사람이야. 출간 작가가 되고 싶은 글 쓰는 멋쟁이 은은한 온도야. 이런 격려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다음은 애매한 재능이라도 재능은 재능이니 꾸준히 하자.





글 말미에 이르자 어쩌면 저는 재능이 없었던 게 아니라 끈기가 없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작가님은 여전히 스스로 재능이 없다 하시지만, 이렇게 책을 내고, 또 계속 글을 손에 놓지 않는 삶을 사시니 그 자체가 귀중한 재능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재능 자체보다 꾸준히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에 작가님의 결론이 더더욱 이해가 됐습니다.



더불어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풍경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길이며 그것이 재능의 유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답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애매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자. 그게 내가 할 일이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공감하며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해결점이 없더라고 공감 자체로 큰 힘이 되는구나 끄덕이며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애매한 재능을 타파하는 실용서는 아닙니다.



그저 애매한 재능을 가진 채 울고, 웃으면서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그 사람을 보며 '나도 그래' 읊조리며 내 삶의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그런 귀중한 책입니다.



자신의 적성이 독보적이지 않고

어딘가 모르게 좀 애매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예술에 종사하시면서

아직 무명의 길을 걷고 계신 분들,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애매한 재능을 가진 모든 이들을 격려하며

오늘도 은은하게 :)









매거진의 이전글 이름 없는 소녀의 마음이 나의 마음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