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d.
어떻게 하면 네트워크 상의 인간들을 견대낼 수 있을지 궁리하던 중, 과감한 전략의 필요성을 느꼈다. 일전에 업로드 했던 일기들과 관련된 가장 큰 문제점은 그들과 나의 의사소통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문해력이 매우 부족한 그들의 막말과 헛소리로 답답했던 것이 사실이고 전부일 뿐이다. 아무튼 못 알아듣는(혹은 안 알아듣는) 자들을 위해 친절함을 베푸는 것이 해가 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더 명확히 설명해주면 그만인 것이다. 스스로 행간을 읽지 못한다면 직접 읽어주면 될 것 아닌가.
처음에는 이런 과분한 친절의 진의마저 왜곡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며칠 전에 업로드 했던 일기에 달린 제멋대로의 평가들이 반복되는 건 보고싶지 않다.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는 자들이 글자를 보든, 얼굴을 보든 무슨 차이를 보일까'란 의심은 분명히 합리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며칠 전에 확인했던 '동료'들의 존재만으로도 일단은 의심을 거둬볼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그것을 더 구체화시키려면 동료들 감화시킬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가 필요하다. 위험하다는 말 한마디로 우리를 가둔 위정자들이 감추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는 왜 Adios라는 것을 사용하고 있는 건지 그리고 Citron은 왜 사라져버린 것인지. 이것만으로도 모험을 감행할 이유는 갖춰졌다고 봐야하지만 사람이란 확신이 필요한 법. 그를 위해서는 보다 손에 잡히는 지침들이 필요하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Adios에서 띄워주는 추천 콘텐츠들이 다 자랑, 뽐내기 등이었다면 최근에는 꽤나 의미있는 것들로 바뀌었다. 아마도 사용자 친화적 시스템 덕분인 것 같다. 내 검색, 조회 내역이 어떤 감시 하에 있다는 께름칙한 감정은 지울 수 없지만 이럴 때는 편리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 덕에 '동료' 물망에 몇 몇을 더 올렸으니 말이다. 특히 '기밀 문서 폭로! 현실과 진실!'이란 제목으로 마라톤 방송을 한 인물은 쓰임새가 아주 많아 보인다. 말하는 투나, 사용하는 어휘가 다소 저급하긴 하지만 본인의 얼굴을 드러내고서라도 뭔가를 말하기로 결심했다는 데에서 큰 점수를 주게 되었다. 침을 튀긴다느니, 눈을 부라린다느니 등의 괴팍한 행동은 제발 자제했으면 싶지만. 몇 군데만 고치면 아주 큰 힘이 될 것 같다.
게다가 기밀 문서라니. 이게 거짓이면 이 자의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지긴 하겠지만 기밀 문서! 그럴싸해 보이는 그것을 내 눈으로 (물론 화면 넘어에서만 볼 수 있을 뿐이지만) 확인할 수만 있다면 해묵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그 자 역시 자신과 함께할 동료를 구하고 있다는 게 인상 깊었다. 혁명의 필수조건에 연대가 포함된다는 것도 알아챈 것일까. 그 자신만만함도 실은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것이겠지. 조금만 기다리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