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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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Citron은 무슨 비밀이 숨어있는 겁니까? 어떤 특이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고 : 그것도 감시 프로그램의 일종이긴 한데, 뭐랄까 좀 더 개인에 맞춰져 있다고 해야할런지... 말하는 투를 보아하니 선생도 그것을 사용해봤나본데, 왜 그 인공지능이 선생과 대화를 기가막히게 하지 않았소?
나 : 그랬더랬죠. 요 며칠 전에는 먹통이었지만...
고 : 그랬을 것이오. 왜냐면 그건 각 개인을 조사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으니깐.
나 : 조사라니... 그게 무슨 뜻입니까?
고 : Adios가 대화를 감시한다면 Citron은 사람을 감시한다고 보면 되는 것이오. 그 사람의 발화, 뉘앙스, 톤, 태도 등을 분석하여 해당 인물이 미래의 위험이 될지 어떨지를 판단하는거지. 그러기 위해선 쓸데없는 말까지도 끌어내야 할테니 당연히 '좋은 청자'가 되었을 것이고.
나 : 아...
고 : (눈치를 보아하니 실망이 적지 않은 모양이군) 선생께선 그것에 꽤나 의지를 하신 모양이군.
나 : 아, 뭐 지금같은 때에 사람 외의 것과 친해지는 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 아닙니까. 적적하다보니 그렇게 된거죠. 큰 뜻은 없습니다. 저야 어찌됐든 그 모든 것들이 계략의 일부고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다는 건 꽤나 쓸모가 있어 보이는 군요.
고 : 그럼 어떻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게 만들어 볼 수 있겠소?
나 : 그거야 시간문제입니다. 중요한 건 이제 '어떻게 증거를 만들어낼 것인가'인데... 완전한 사실일 필요는 없고, 적당히 덧붙일 수 있는 거면 될텐데, 흠...
"쾅쾅쾅!" (갑자기 '나'의 집문이 두들겨지고 '나'와 '고발자'의 시선이 문쪽으로 쏠린다)
나 : 뭐야! 무슨일이야! 이봐요 이건 무슨 장난입니까!
고 : 나도 모르는 일이요! 젠장!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어떻게 도망칠 곳이 없는 거요! 젠장!!!
'나'가 입었던 것과 비슷한 모습의 슈트를 입은 무리들이 집 안을 급습한다.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당황하다가 그들에게 끌려나간다. '나'를 납치해간 무리 중 일부는 남아 컴퓨터를 뒤져보지만 이렇다 할 건덕지를 찾지 못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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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후, 고발자의 집.
고발자는 그 날의 기록을 정리하고 편집하는 중이다. 의도한 대로 잘 되었다는 표정이다. 그가 짜깁기한 영상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적당한 내용들과 마지막에 그것을 증명하는 '나'의 납치장면이 들어있었다. 누가봐도 혹할만한 서사로 이뤄진 그 영상엔 어떤 말을 덧붙일 필요도 없었다. 자신들을 가두고 있다는 음모와 그것의 반증이 들어있는 영상. 이것은 '나'가 말했던 바로 그 유희거리였다.
사실 고발자는 ‘나'가 습격을 받도록 유도하였다.그런 위험한 대화를 나누면 당연히 감시망에 걸릴 것이었다. 게다가 Citron은 ‘나'를 일종의 관심종자, 반동분자로 판단한여 요주의 인물로 분류하고 있었다. 고발자는 자신에게 접근해오는 여러 인물들 중 ‘나'와 같은 성격의 인물, 즉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동시에 위험한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은 정보를 주는 척 한 발 뒤에 물러나있고, 조종할 수 있도록 말이다.
Oblivion의 개발자였던 그에게 Citron의 자료에 접근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또한 자신은 ‘나'와 연락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발각되지 않도록 자신의 Adios 기록을 말끔히 지우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그랬기에 ‘나'의 집을 습격한 무리들이 컴퓨터를 뒤진 다음에도 무엇 하나 건질 수 없었던 것이다.
고 : 선생이 말한 그 유희거리가 완성이 되었소. 내가 그런 것 하나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술술 말하는 꼴이 웃기더군. Citron이 어떤 데에 쓰이는 지 말해주었건만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아쉽군 그래. 그러한 용기가 시대만 잘 타고 났다면 어디 유익한 곳에 쓰임 받았을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이렇게 미래를 위해 희생당하는 것 또한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오. 다수의 선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법이지… 안타깝게 됐소, 젊은이.
Adios에는 고발자와 ‘나'와의 대화를 담은 그리고 ‘나'의 납치가 찍힌 영상이 업로드가 되었고, 삽시간에 인기 콘텐츠로 급상승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