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7: 시선 d.

시선 d.

by 다온

20xx.5.22


20XX.XX.XX


: (젠장... 이게 어떻게 된거지. 내가 놓은 덫에 내가 걸린 꼴이 되어버렸다니. 자기도 바보는 아니라는 건가. 얼굴까지 싸맸으면 됐지... 얼마나 몸을 사릴 생각인거야...)


: 지금 그 표정은 꽤나 묘하군요. 왜 나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소?


: 아뇨, 그... 그게 아니라 좀 당황스럽지 않겠습니까.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께름칙한 게 사실 아닙니까.


: 그야 이해는 됩니다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선생께서 나를 믿고 따라와주시겠소? 오히려 상대방이 나를 믿고 있는지를 확신시켜주지 못한 께름칙한 상황에선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지 않겠습니까.


: 그도 그렇네요... 그럼 말씀드리죠. 오래 걸리진 않겠죠?


: 금방입니다. 요새 기술이 좋아서... 도착했다는 알림이 오면 다시 연락을 드리겠소.


(고발자가 보낸 장비가 도착한 뒤)


: 자, 슈트가 도착했다는 군. 입어 보시오.


: 안 그래도 지금 입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건 어디서 나신 겁니까? 박사님께서도 격리 중이실텐데?


: 그건 내가 참가했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던 물건이오. 현 지구의 상황보다 더 악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만든 슈트지. 급히 빼돌리느라 최신형은 못 구했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히 일정 시간의 외출은 견딜 수 있을 거요.


: (지금보다 더 악독한...?) 그거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어째서 그러한 상황까지 고려해서 이런 장비를 만드셨습니까? 역시 예삿 분은 아니셨군요.


: 그야 언젠가 인류는 지구를 떠나서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테니깐. 그 때를 대비해서 이보다 지독한 대기나 기후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고안해 낸 것이지. 혹시 Space Oblivion란 프로젝트를 들어보셨나 모르겠군. 거기에 참가한 사람들이 입고있는 것이 그 슈트의 완성형이지.


: 그런거였군요. 그럼 그 사람들은 지금 다른 행성으로 이주한 겁니까?


고 : 뭐 반은 맞고 반은 틀렸소. 거기에 참가한 사람 중 일부는 '선발대'지. 우주로의 대 이동을 감행할 수 있을만큼의 돈을 가진 자들을 위한. 제 아무리 기술이 발달한다쳐도 이겨내지 못할 위험은 존재할테니 몇 번의 '실험' 정도야 있어야 하지 않겠소...


: 그럼... 거기에 참가한 사람들은...


: 그렇지. 자신들이 실험용 쥐라는 건 모르고 있을거요.


: 그것 참 불쾌하군요. 하지만 이제 당신과 제가 힘을 합쳐서 그걸 폭로할 참이니 된 거 아니겠습니까. 자, 다 입었습니다! 보기보다 편하네요. 우주인이 된 기분도 들고 재밌군요. 나갔다 오겠습니다. 이게 몇 삼년만의 외출인지... 이게 다 박사님 덕분이군요. 그럼 약 한 시간 뒤에 뵙죠


: 그러시오.


('나'는 외출을 하고, '고발자'는 컴퓨터로 무언가 작업을 하는데 열중이다. 약속한 한 시간이 지나자 '나'는 복귀한다)


: 박사님 말씀대로 밖은 알려진 그대로의 공간은 아니더군요. 이런 장비만 있으면 충분히 살아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슈트를 보니 인체 보호 수준을 조절할 수도 있는 것 같던데, 사용해보진 않았습니다. 그건 좀 두렵더군요. 아무튼 박사님 말씀이 옳다는 것은 인정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진실을 말씀해주시죠.


: 좋소. 나도 그 쪽에게 믿음을 줬다니 다행이군. 아까 Space Oblivion이 부자들을 위한 계획이란 건 언급했으니 내가 거기서 뛰쳐나온 것도 짐작이 갈 것이요... 나는 그런 비인간적인 행태가 뻔뻔스럽게도 자행되고 있는 것에 역겨워 도망쳐 나왔소. 물론 어느 정도 동조했으니 나에게 그들을 악인으로 칭할 자격이 없단 것도 알고는 있소. 하지만 그 프로그램의 의도가 처음부터 그런 줄은 정말로 몰랐소.


: 그럼 어떻게 해서 알게 되신 겁니까? 그렇게 잔인한 일이라면 대놓고 진행되진 않았을텐데?


: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어느 정도 실현될 기미가 보이자 자연스럽게 비용에 대한 문제가 나왔지. 이걸 모든 이가 누릴 수는 없을텐데 자금 마련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그러자 한 관계자가 '당연히 돈을 댈 수 있는 사람만 살아남는 거지... 그런 순진한 소리를 하시다니. 박사님도 제법 귀여운 부분이 있군요'라고 하지 뭐요.


: 그 사람도 참 악질이군요. 또 다른 비밀은 없나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혹할만한 것이 있어야 이목을 끌텐데요. 저번에도 말씀드렸다 시피 '유희거리'가 있어야지 않겠습니까.


: 파헤쳐야할 것들은 무수히 많소. 지금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Adios도 그 중 하나요.


: Adios가요?


: 그렇소. 분명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게 단순한 연락 프로그램인 줄 알테지만 이건 동시에 감시 프로그램이기도 하오. 어떤 말들이 오가는지, 예를 들어 우리가 하고 있는 이런 대화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감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 만에 하나 진실이 퍼졌다가는 곤란해질테니깐


: 이런 젠장, 그럼 지금 위험한 거 아닙니까?! 그런 게 있다면 처음부터 말씀을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니오? 젠장할, 젠장할!


: 선생이 나갔다 오는 사이에 이미 조치를 취해놨소. 내가 괜히 Space Oblivion에 참가했던 게 아니오. 이까짓 프로그램의 백도어 쯤이야 우리 집 앞마당처럼 드나들 수 있지.


: 아... 아아...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휴... 하하, 참 박사님도 여간 아니시군요.


: 그리고 한 가지 더 Citron이란 것도 비슷한 프로그램이지


: Citron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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