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성수동 핫플의 상징과 같았던 성수연방이지만, 지금은 워낙 많은 핫플과 랜드마크들이 성수동에 쏟아지는 바람에 예전보다 화제의 중심에서 조금은 멀어진 느낌이다. 준공 당시 인테리어에 정성을 들였던 매장들도 바뀌었고, 내부에 가설 구조물들도 사라져서 처음 모습에서 많이 바뀌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정의 사이즈나 두 동의 건축물이 떨어진 거리, 층고 등의 스케일감이 매우 적절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정은 비어있는 지금의 상황이 훨씬 더 시원하고 좋아 보였다.
인사동 쌈지길을 가보면 각 매장들이 인테리어나 외장들을 자의적으로 많이 바꿔놔서 원래 건물의 느낌이 많이 사라져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건축이 도시와 컨텍스트, 역사에 순응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또 그것대로 봐줄만하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표면이 변한다고 해도 원래 건물의 좋았던 스케일감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성수연방에서도 쌈지길에서 받은 것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로드뷰로 공사 전의 상황을 살펴보니, 타일마감을 한 옹벽 안쪽으로 주황색 철판으로 마감한 화학공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건물들의 스킨을 뜯어내고, 외부로 건축물 사이를 다닐 수 있는 공중 가로, 다리를 놓고 매우 섬세하게 만들어낸 기둥과 스킨을 붙였다. 건축가는 이 스킨과 공중가로, 기둥에 많은 공을 들인 듯 하다. 건축가의 설명을 보니, 이 건물이 비록 미래에 내부는 바뀔지 몰라도 외부의 기둥, 스킨 등은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이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건축가는 이 건물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견한 건지도 모르겠다.
부동산을 보는 개발업자들은 건축물의 디자인을 그 건물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도구, 레버리지의 수단 정도로만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건축가는 건축을 통해서 도시에 가치와 흔적을 남기려 하고,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남기려고 한다. 이 건물의 건축가 역시 그러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것이 자본가들이 보기에 나이브하고 낭만적인 철부지 예술가의 생각으로 보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자본, 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성수연방이 성공했던 것도 그러한 건축가들이 생각, 의지가 대중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그러한 건축가들의 생각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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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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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건축가의 습관' 저자
Architect (K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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