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들에 대하여
어떻게든 가지 않는 시간을 흘려 보내기 위해서 화장실에서 있어 본 적이 있는지? 나만의 공간이 극도로 줄어들었던 군대에서 특히, 화장실에서의 짧은 시간은 오롯이 자유로울 수 있는 아주 작은 감옥 같았다. 곧 나서야 하는 것도 알지만 그 곳이 아닌 어디에도 감시나 관리하는 눈길이 끊이질 않았으니까. 정작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지만, 군대 신병으로의 시간도 벌써 20년이 지난 지금 그 작은 감옥에는 항상 손에 작은 단말기가 있어 그때처럼 보고 들을 것이 없지는 않았다.
지겨운 시간들이 있을 때면 종종 화장실엘 들렀다. 누구는 담탐이라고 해서 담배 피는 휴식 시간을 1시간에 10분씩 가진다고 하는데, 비흡연자이다 보니 억울하다는 생각도 좀 들어 일부러 자리를 뜨는 시간을 만들려고 했는데, 딱히 쉴 곳도 없다 보니 화장실의 작은 한 칸이 아이러니하게도 정신을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곤 했다. 아마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던 옛날의 직장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직장을 다닐 땐 5분에서 10분 사이의 그 기간 동안 주로 웹툰 같은 것을 읽곤 했다. 2분 이내로 소비할 수 있는 컨텐츠들, 아주 잠깐 낄낄거리고는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작은 유머들이 위안이 되곤 했다. 더 읽을 웹툰이 없다면 지나간 웹툰들을 다시 돌려 읽곤 했다. 어쨌든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일들에서 벗어난 글들을 몇 개 읽고 나면 다시 시간이 가지 않는 자리에서 버틸 힘이 생기곤 한다.
화장실에서 보내는 바캉스. 그것은 자유로운 시간이었을까, 아니면 내 시간을 억지로 흘려 보내기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그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할지는 결국은 나의 판단에 달린 일이다. 지긋지긋한 순간은 사실 돌이켜보면 인생의 어느 때에나 있어 왔었다. 싫어하는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때, 군대에서의 거의 모든 시간들, 무언가 성취하기 위한 인내의 시간들... 사람은 즐거움만 쫒을 수 없고, 무언가 주어진 일들을 하다 보면 담배타임처럼 시간을 흘려 보내는 휴식의 시간들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꾸역꾸역 시간을 죽이며 버티는 시간이 계속되다 보면, 내가 대체 뭘 하고 있긴 한 걸까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그건 휴식시간으로 자리를 비운 데 대한 죄책감보다도, 억지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데 약으로 시간이라는 것을 소모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