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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lintheSea Mar 24. 2024

퇴사여행 5. 니스의 바닷바람, 여행 감기, 손빨래.

프랑스여행기 5. 니스, 화창한 날씨를 여유롭게 즐긴다는 것은 무엇일까.

약한 감기에 걸렸다. 감기란 것이 늘 그렇지만, 피곤하거나 계절 변화가 심하면 다가오는데, 하루에 갑작스레 2만 보씩 걸으며 새벽부터 돌아다니다 보니 안 걸릴 수가 없지 않았을까. 아침마다 마른 기침을 하며 깨기 시작했고, 콧물도 더 나기 시작했다. 아마 여러 나무들과 풀들의 씨앗과 꽃가루도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검은 자켓에 누런 가루라 소복하게 앉을 지경이니.


알러지라는 게 참 신기하다. 몸에서 일어나는 면역 반응이라는 아주아주 넓고 복잡한 내용인데, 그냥 반응이 좀 없으면 안 되나? 피부는 간지럽고 눈은 따갑고 억지로 반응을 줄이는 약을 먹지 않으면 반응은 쉼 없이 계속되어 주인을 괴롭게 만든다. 몇 가지 감기약을 가지고 왔지만 과연 큰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다. 여행의 후반부를 위해서 아껴 먹어야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더 괴롭다면 먹었겠지.


도시를 떠나기 전 티셔츠와 속옷, 양말들의 손빨래를 했다. 어디에서 세탁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작은 샤워 부스에서 적당히 빨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후다닥 비누칠을 해서 바닥에 치대어 본다. 이런 손빨래를 해본 게 얼마만인지 생각해 보면서도 이 노동들을 줄여 준 문명에 감사함을 표하게 된다. 몇 개 안 빨았는데도 손이 얼얼하고 허리가 쑤셨다. 빨래들은 꼭 짜서 라디에이터에 걸어 말렸다. 방을 건조하게 만드는 주범이지만, 빨래 말릴 땐 사실 이만한 게 없다. 다행히 체크아웃 하기 1시간 전 까지는 잘 마른 것 같다.


프랑스에서 네 번째로 방문한 도시이자 마지막 도시인 니스는 어마어마한 해변을 끼고 있는 휴양 도시이다. 해운대처럼 모래 사장은 아니지만 몽글몽글한 자갈길의 해변이 길쭉하게 늘어서 있고, 한 쪽에는 절벽의 언덕이, 다른 쪽으로는 도시와 바로 이어진 공항이 있다. 수많은 범죄 영화에서 은퇴하면 왜 이 곳으로 오려고 했는지 알 것 같은 온화하고 아름다운 도시 같았다. 해변가에 묵었는데, 무슨 빵집이 우리 동네 미용실 마냥 골목골목 몇 개씩 있는게 참 놀라웠다. 매일 이게 다 팔릴까...? 차분히 줄을 서서 빵을 주문하고 가져가는 일상을 아주 조금, 여행자의 시선으로 지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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