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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결 Nov 06. 2024

‘서울’ 도시의 이면, 사라진 공간과 사람들

 초등학교가 끝나면 집까지 가는 방법이 2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골목길 사이 사이로, 작은 집들 사이를 뛰어 다니며 집까지 가는 거였고, 다른 방법은 차도 옆 보도길을 평탄히 따라 걷기만 하면 되는 길이었지요. 전자는 사라진 지 1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 LH 아파트 단지가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이 후 신도시쪽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두사람이 겨우 가던 길과는 다른 뻥 뚫린 대로와 편한 바둑판식 블록. 잘 심어진 가로수 옆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과거 동네가 생각나는 이유는 추억뿐만이 아닌 듯합니다.

 아예 과거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건물들을 무너뜨리고 새로 짓는, ‘청소’는 많이 보았습니다. 대한민국의 개발시기가 한 사이클을 돌아 다시 대규모의 개발이 시작되는 조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도 하구요. 과거처럼 거주환경이 열악해서 라는 현재의 이유로 넘어갔지만, 지금의 개발도 이전과 같은 방식과 동일해야 하는가는 의문점이 생깁니다. <한 기업의 표준화된 매뉴얼에 따라 대상지의 맥락과 관계없이 양산되는 공간이다. 이를 ‘관리과다의 공간’이라 부른다.> 우리네 신도시나 개발 역시 비슷한 아파트, 주상복합, 공원까지. 관리과다라는 표현보다 겪은 바로는… ‘과정효율의 공간’에 가까울 것 같기도 합니다.


다세대주택촌들 소방차가 다니기 힘들어 위험하다
영등포 철공단지와 그 뒤의 아파트
영등포역 근방에 형성된 쪽방촌
고가 아래 형성되어 있다
여기는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이다
타임스퀘어 옆에 남아있는 윤락가

 다른 나라는 아파트가 슬럼화 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아파트를 좋아하고 선호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처럼, 관리과다를 부정적으로 이야기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이웃은 존재하고 동네라는 개념은 이 공간에 맞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단지 내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친해지고, 학원 끝나고 자투리 땅에서 모여 수다떨고. 정자 앞에서 모여 할머님들만의 커뮤니티를 볼 수도 있고. 한국의 동네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지는 다른 이야기겠지만요. 우리 세대처럼 개인의 삶을 꾸리는 것이 중요 가치인 만큼 공동체와 이웃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만나는게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느끼는 공간은 좁아졌으며, 동시에 굉장히 넓어졌습니다.

 하지만, 끼리끼리만 모이기 쉬워졌습니다. 나와 다른 부모님 직업을 가진 친구들과 만나기 힘들어지고 자연스레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기에 어려운 도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비슷한 소득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아파트 단지와 동네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도시공간만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도시계획자와 건축가들은 고민해봐야 합니다. 불통과 이분화된 사회 논제들이 표면적 원인은 각 영역에 속해있을 지라도, 근본적 해결책은 건축이 하나의 해결 물꼬는 틔워줄 수 있을 지도요.


2023. 10월 기록

영등포역 주변 경인로변 설계 프로젝트 중 든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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