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워킹맘이다.
육아보다 돈 버는데 좀 더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육아에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던 초보 엄마 시절.. 완벽한 엄마를 꿈꾸기도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육아서를 보고 야심 차게 따라 하기도 했다.
특히 내가 혹했던 책 육아..!!!
책의 바다에 빠뜨리기 위해선 아이가 원하면 원하는 만큼 밤을 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읽어줘야 한다 했다. 우리 첫째가 세 살 때 퇴근하고 와서 피곤해도 밤 12시는 기본이고 새벽 2시까지 책을 읽어주는 나날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공들였던 책 육아는.. 여행을 가서 1박을 하던 어느 날.. 깨져버렸다. 책을 안 챙겨가서 대안으로 유*브에서 동화책 읽어주기를 듣는 것으로 대체했다. 화면을 보여준 것도 아닌데 우리 첫째가 푹 빠져버렸다. 집에서도 엄마가 책 읽어주는 것보다 유*브로 동화 듣는 걸 더 좋아했다.
그래서 책의 바다에 빠뜨리기는 일단 실패했다. 나도 둘째를 낳고 나니 밤 10시만 넘어가도 책 읽어주는 게 버거웠다. 결국 잠자리 준비를 빨리하면 10시까지 좀 많은 책을 읽어주고 10시 언저리에 들어오면 딱 1권만 읽어주고 불을 껐다. 대신 불을 끄면 유*브에서 동화책 읽어주는 영상을 들려주며 잠들게 했다. 그렇게 난 완벽한 엄마는 포기하고 충분히 괜찮은 엄마라도 되기로 목표 조정을 했다.
내 유*브 계정은 연속 재생이 안되도록 설정해놓았다. 요즘 좀 컸다고 한 권 다 읽어줄 때까지 잠이 안 드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채널도 선별해뒀겠다, 요즘은 매일 밤 동화를 선택할 때 재생 시간이 긴 거 기준으로 선택하고 있다.
어젯밤에도 10분이 넘어가는 비교적 긴 동화를 재생시켜놓고 불을 껐다.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던 이 동화..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로 시작한다..
오 마이 갓..!!!
지금 한창 전쟁, 죽음을 걱정하고 있는 여섯 살 우리 첫째..
“엄마~~!!! 나랑 같이 죽자~~~ 엉엉엉~~~!!!!!”
밤 10시 넘어 깜깜한 방에 누워있는데 대성통곡이 시작됐다.
“엄마, 나 두고 죽지 마. 나랑 같이 죽어~~~ 엉엉엉!!!”
둘째도 덩달아.. 언니 따라 울기 시작했다..ㅠㅠ
아고야.. 동화 선정에 완전 실패했다. 같이 죽자니.. 그것도 끔찍한데(우리 아가들은 엄마, 아빠보다 훨씬 더 오래 행복하게 살아야지~~~ㅠㅠ)..
겨우 잠자리 세팅 다 끝냈는데.. 다시 시작이다..
역시 나는 완벽한 엄마가 되긴 걸렀다..
충분히 괜찮은 엄마가 되는 길마저 험난하다..
그냥.. 우리 딸들이 엄마가 진심으로 많이 사랑하는 사실만이라도 알아주면 좋겠다..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