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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새벽맘 Jun 09. 2022

엄마, 나랑 같이 죽자


나는 워킹맘이다.

육아보다 돈 버는데 좀 더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육아에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던 초보 엄마 시절.. 완벽한 엄마를 꿈꾸기도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육아서를 보고 야심 차게 따라 하기도 했다.


특히 내가 혹했던 책 육아..!!!

책의 바다에 빠뜨리기 위해선 아이가 원하면 원하는 만큼 밤을 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읽어줘야 한다 했다. 우리 첫째가 세 살 때 퇴근하고 와서 피곤해도 밤 12시는 기본이고 새벽 2시까지 책을 읽어주는 나날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공들였던 책 육아는.. 여행을 가서 1박을 하던 어느 날.. 깨져버렸다. 책을 안 챙겨가서 대안으로 유*브에서 동화책 읽어주기를 듣는 것으로 대체했다. 화면을 보여준 것도 아닌데 우리 첫째가 푹 빠져버렸다. 집에서도 엄마가 책 읽어주는 것보다 유*브로 동화 듣는 걸 더 좋아했다.


그래서 책의 바다에 빠뜨리기는 일단 실패했다. 나도 둘째를 낳고 나니  10시만 넘어가도  읽어주는  버거웠다. 결국 잠자리 준비를 빨리하면 10시까지  많은 책을 읽어주고 10 언저리에 들어오면  1권만 읽어주고 불을 껐다. 대신 불을 끄면 *브에서 동화책 읽어주는 영상을 들려주며 잠들게 했다. 그렇게  완벽한 엄마는 포기하고 충분히 괜찮은 엄마라도 되기로 목표 조정을 했다.


 * 계정은 연속 재생이 안되도록 설정해놓았다. 요즘  컸다고    읽어줄 때까지 잠이  드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채널도 선별해뒀겠다, 요즘은 매일  동화를 선택할  재생 시간이   기준으로 선택하고 있다.


어젯밤에도 10분이 넘어가는 비교적 긴 동화를 재생시켜놓고 불을 껐다.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던 이 동화..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로 시작한다..


오 마이 갓..!!!


지금 한창 전쟁, 죽음을 걱정하고 있는 여섯 살 우리 첫째..


“엄마~~!!! 나랑 같이 죽자~~~ 엉엉엉~~~!!!!!”


 10 넘어 깜깜한 방에 워있는데 대성통곡이 시작됐다.


“엄마, 나 두고 죽지 마. 나랑 같이 죽어~~~ 엉엉엉!!!”


둘째도 덩달아.. 언니 따라 울기 시작했다..ㅠㅠ


아고야.. 동화 선정에 완전 실패했다. 같이 죽자니.. 그것도 끔찍한데(우리 아가들은 엄마, 아빠보다 훨씬 더 오래 행복하게 살아야지~~~ㅠㅠ)..


 겨우 잠자리 세팅 다 끝냈는데.. 다시 시작이다..


역시 나는 완벽한 엄마가 되긴 걸렀다..

충분히 괜찮은 엄마가 되는 길마저 험난하다..


그냥.. 우리 딸들이 엄마가 진심으로 많이 사랑하는 사실만이라도 알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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