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는 새벽맘 Apr 24. 2023

나는 예쁜 아내다.

남편의 사회생활(?)


올해로 결혼 8년 차다.


37세에 남편을 만나 38세에 결혼을 했다. 39세, 42세에 출산을 하며 나는 급격한 노화의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물론, 수없이 부정하고 싶어 화장품도 바꾸고, 홈케어 피부관리 기기도 들이고, 헤어스타일도 바꿔보지만 역부족이다. 어차피, 꽃다운 청춘을 본 적 없는 우리 부부는 어느 정도 서로의 현실을 받아들이고는 있으나 여자인 나의 타격은 좀 더 크다.


특히.. 근 3년을 마스크로 가리고 다니던 내 얼굴의 2/3가 밖으로 온전히 드러나며 노화의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다.


최근 부쩍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에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신랑과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갔다. 남편은 골프 치는 동안 내게 예쁘다는 소리를 수없이 반복한다. 가끔 잘 친공이 나오면 등장하는 나이스샷하는 여자 모델이 있다. 그 여자모델보다 여보가 더 예쁘다느니, 얼굴도 이쁜데 골프까지 잘 치면 어떡하냐 둥 꽤 화려한 입바른 소리로 나의 심기(?)를 건드린다.(참고로 나의 골프 실력은 비기너다.. ㅡㅡ;)


우리 신랑에게 예쁘다는 소릴 듣는 건 최근 들어 새로 생긴 일은 아니다.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하루에도 최소 2번씩은 꼭 듣는 말이다. 결혼 전부터 신혼 초까지는 이 말이 진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 신랑에게 내가 특히 예쁜 순간이 있다. 전날 술을 진탕 마시고 들어와 다음 날 정신을 차렸을 때, 뭔가 신랑이 잘못한 것이 있을 때, 내가 출근할 때, 퇴근해 돌아왔을 때 등등이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나는 이미 예쁘다는 그 말이 진실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한때는 ‘예쁘다’는 말이 입에 발린 말이라 생각해 남편의 ’ 예쁘다 ‘는 소리에 대해 ’ 빈 말은 하지도 마라 ‘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에도 내가 부쩍 우울해하니 화려한 말발로 예쁘다를 시전 해주시는 우리 신랑. 그 진실되지 못함에 화를 내려는 찰나.. 얼마 전 읽은 박범신 작가님의 책, ‘두근거리는 고요’라는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가을에 머무는 생각들이란 제목의 한 편 글.


‘모든 연애는 필연적으로 ’ 일상화‘의 과정을 겪는다.’


박범신의 '두근거리는 고요' 中


우리 신랑의 “예쁘다”는 말은 어쩜 연애 때, 신혼 초에는 두근거리는 설렘에서 나온 진심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지금의 ‘예쁘다’는 일상화를 거쳐 ‘우의’를 더께로 삼은 ‘예쁘다’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설렘을 동반한 뜻의 ‘예쁘다’가 아니라 나이 들어가는 중년의 아내를 위한 의리의 격려, 위로의 ’ 예쁘다 ‘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예쁘다는 한층 진화하여

"여보는 진짜 나이 들수록 더 예뻐지노!"

이다.


한 때 ‘빈 말’이라며 거부했던 신랑의 ‘예쁘다’ 말에 대해 요즘은 온전히 받아들인다. 물론 사전적인 뜻 그대로의 ‘예쁘다’의 의미로는 아니지만. 결혼 후부터 줄곧 최소 하루 두 번은

"우리 와이프 왜 이리 예쁘노!"

를 빼먹지 않고 해주는 그 노력이 가상하기도 하고, 이 정도면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의리남을 남편으로 둔 것이지 않은가..!


물론 내 친한 지인들은 우리 신랑은 아직도 내게 예쁘다는 말을 매일 한다는 말에

“남편이 집에서도 와이프한테 사회생활하네..! 피곤하겠데이..!”

라며 폄하하지만..

의리남을 남편으로 두지 못한 그네들의 푸념으로 듣는다.^^


나는 결혼 20년 차가 되어도, 금혼식을 맞아도 평생 예쁜 아내로 남편과 함께 할 예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토피 치료를 온전히 하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