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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새벽맘 Dec 21. 2023

이사 VS 이직

뭐가 더 어려울까..?!


이사 준비와 이직 준비 중 뭐가 더 힘들까......?


처음엔 이직 준비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이직 준비가 더 힘들다.


솔직히 이사는 돈만 있으면 되니까..!

인테리어부터 이사청소, 이삿짐센터까지.. 돈만 여유로우면 얼마든지 편하게 할 수 있다.

물론.. 돈을 펑펑 써가며 여유롭게 할 수 없다는 게 문제 이긴 하지만..

소소한 문제에 대범할 수만 있다면 뭐든 OK다.



비용 들여 싱크대 상판 연마하고 코팅까지 쫙~해서 새것 같이 만들어놓은 상판이.. 이사 들어오기도 전에 이렇게 마구 긁혀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성격이라.. 당연히 이사 준비가 훨씬 수월하다.


이직 준비는 면접 통과가 다가 아니다. 경력직이라 면접만 OK 되면 끝인 줄 알았다. 면접 합격 후 계약 진행 중 요구하는 서류가 엄청 많다. 재직 중일 때는 한 번도 관심 없었던 수많은 서류들.. 처음 듣는 서류도 많아서 어디서 발급하는지 조차 모를 서류 종류가 엄청나다. 퇴직 준비를 해야 하는데.. 퇴직 준비할 틈이 없다. 이직 준비하느라.. ㅡㅡ;


정확히 21년 6개월을 한 직장에 다녔던 나는 이직을 위한 이 모든 과정이 너무너무 번거롭고 복잡하게만 느껴진다. 마지막 출근일 조차 인사부를 통해 서류 요청하느라.. 너무 바쁘게 하루가 흘러갔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사실, 계속 바빠서 실감이 안 난다고 답했다. 진심이었다.


마지막 출근 후 다음 날.. 내일 이사를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려고 집에 눌러앉았다. 오랜만에 내가 아이들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원을 시켰다. 등원하는 길에 앞집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났다. 나는 실로 오랜만에 뵙는 참이었다. 만난 김에 내일 이사를 간다고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고, 이 예쁜이들을 이제 못 봐서 어떡하나..!!!"

하시며 우리 아이들의 양볼을 감싸 안고 어루만지신다.


갑자기 울컥! 한다..

어제 출근 마지막 날도 못 느끼던 감정을 오늘.. 느낀다.


퇴직하지만, 이직하는 곳이 전 직장과 멀지 않은 곳이다. 거기다 같은 직종이다. 그래서 큰 이질감이 없다고 생각했다. 자리만 잡히면 전 직장 직원들과 점심도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퇴직에 대한 서운함이 크지 않았다.


이사를 한다. 멀리 가지 않는다. 같은 아파트 안에서 다른 동으로 이사 간다. 그런데.. 앞집 할머니, 할아버지와 헤어지는 게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같은 아파트이긴 하지만 우리 아파트가 워낙 대단지라.. 이 어르신들은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을는지 기약이 없다. 그냥 진짜 우연히 만나지면 얼굴을 뵐 수 있는 거다.


이직은 서류 준비가 너무 어렵다.

이사는.. 우리 아이들이 나고 자란 이 보금자리를 떠나며 앞집, 옆집 모두 그대로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어떤 감정을 추스르기가 어렵다.


오늘 저녁, 롤케이크 하나 사들고 신랑과 온 가족이 총 출동해서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드리러 가야겠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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