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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진 Apr 15. 2022

제주도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제주도는 외지인들을 끌어 당기는 뭔가가 있나봐. 2년 전 제주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동생들을 바로 이 제주에서 다시 만난 걸 보면.


S 처음 봤을 , 사실 남자 방을 보여줘야 하나 여자 방을 보여줘야 하나  2초간 망설였어. 남자같긴 한데  모습이 어찌보면 마치 보이시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여자같았거든. 그래도 51:49 느낌으로 남자라는 촉이 와서 자연스럽게 남자방으로 안내해줬지. 어떤 계획도, 예약도 없이 걷다가 우리 게하를 발견했다고 하는 S 집나온 재수생이었어. 그와 친해지고 나서 그저 '철없는 20살이구나.' 싶었는데, 그의 사진 포트폴리오를 보고는 깜짝 놀랐지. 사진들이 정말 하나같이 전문작가가 찍은 작품같아서 그에게 사진을 받아서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어.


당시 14살의 나이 차가 있었지만 나이와 관계없이 우리는 잘 어울리며 놀았어. 그러다가 우연히 내가 6학년 아이들을 담임할 때 얘기가 나왔는데 알고보니 그 당시 S가 6학년 이었다는거야. 서로 잠시 눈동자가 흔들렸어.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일 수 있었던 우리가 지금 누나, 동생하며 같이 맥주를 마시는 상황이 어색했던 것 같아. 그 뒤로 며칠간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더라고. 내가 S의 선생님은 아니지만 충분히 이해해.


"H야, 점심 먹으러 갈래? 배고파?"

"누나, 저는 언제나 배고프죠."

언제나 배고픈 H는 나보다 며칠 앞서 게스트 하우스에 스텝으로 와 있던 동생이야. 대학생 신분으로 제주의 여름을 제대로 즐기고자 내려왔어. 대학교에서 임원 일도 야무지게 하는 그는 썰 자판기야. 21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 본인이 겪었던 다양한 사건들을 술자리에서 맛깔나게 풀어내지. 게다가 먹을 것에 진심이어서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최선을 다해 사진을 찍어 올리더니 다른 홍보 계정에서 그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고 연락도 오더라고.

딱 둘 밖에 없는 스텝이지만 합이 잘 맞아서 사장님이 시키지 않아도 함께 대청소도 하고 습한 여름에 햇볕이 날 때마다 밖에서 이불 빨래를 같이 너느라고 고생을 했지.

함께 탔던 패들 보드


그렇게 한 달여를 같이 지내다가 우리는 2년 동안 만난 적이 없었어. 항상 만나자고 보고싶다고 연락은 하지만 마치 한국인의 '언제 한 번 밥 먹자.' 처럼 기약없는 말들이었지.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2년 후 2021년 여름, 우리 셋은 제주에서 다시 만났어. 나는 3월부터 제주에 1년 살이를 하러 내려왔고 H는 작년부터 서핑에 빠져서 올 여름, 아예 서핑강사로 내려왔어. 마침 H와는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서 만날 약속을 잡는 도중 S가 다음 주에 사진 작업을 하러 제주에 온다는 얘기를 듣고 같이 만나게 되었지. 그렇게 우리는 2년 만에 제주에서 다시 만났어.


아름다운 제주의 노을을 뒤로 하며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우리는 2년 전 추억들을 나누었어. 그동안 업데이트 되지 않은 얘기들도 했는데 가장 신기했던 것은 S가 H와 같은 대학교를 다니게 되었다는 거였어. 그 때 정처없이 돌아다니던 S가 우리 게하에 장기투숙을 하게 되고 그 숙소의 스텝이었던 H와 같은 대학교를 다니게 되다니, 인생 참 모르는거더라고.


함께 밥을 해먹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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