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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진 Apr 30. 2022

[#31 의원면직 후 마지막 여정 : 비행기 안에서]

(2019.03.)


  "하이네켄 하나 주세요."

  치익- 

  꼴록 꼴록 꼴록.


   그리 맛있지도 않던 기내식이 어찌나 맛있던지. 좁은 이코노미 자리에 앉아 비프커리와 맥주를 마시며 이 별 것 아닌 음식과 음료에 행복하고 감사해서 눈물이 나오더라고. 전날부터 몸이 영 좋지 않아 먹은 것도 다 토해내고 실신하듯 잠이 들었던 탓인지 비행기를 타자마자 그렇게 배가 고프기도 했고 말이야.


  나는 9개월의 여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라있었어. 

  영국 하펜든에서 봉사자로 4개월.

  영국 본머스에서 어학원 3개월.

  그 사이에 포르투갈, 스페인, 체코, 모로코 여행 2개월.

  그리고 우간다에서 일주일.


  내 마지막 목적지가 우간다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어. 게다가 만감이 교차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맥주를 홀짝이며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더더욱 생각 안 해봤지.


  내 운명의 데스티니일 줄 알았던 우간다는 덥고, 덥고, 너무 더웠어. 몸은 계속 축축 처지고 소화가 안되어 두통까지 있었어. 게다가 긴 비행 후에 다시 10시간 동안 차를 타야 도착하는 그곳은 주변에 바다나 강도 보이지 않았어. 그곳의 목적과 필요는 확실했지만 다시 갈 자신도, 거기 살 자신도 없었어. 은근히 기다리던 한국행의 발걸음이 이렇게 무거워질 줄이야. 


  살아야 되는 대로가 아니라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고자 의원면직을 선택했어. 어디에서 얼마나 머물지, 한국으로 언제 돌아가야 하는지 모른 채 여행자도, 거주민도 아닌 신분으로 여기저기를 옮겨 다녔지. 영국의 축축한 겨울을 지나면서는 향수병이 생기더라. 한국 음식이 너무너무 먹고 싶었고, 따뜻한 온돌에 이불 덮고 누워서 생각 없이 영화나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져서 유럽 여행의 기회도 스스로 접어버렸지. 그러다 갑자기 우간다라는 인생의 새로운 길이 열렸나 싶었는데 내 몸 상태로 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절실하게 느껴버린 거야.


  왼쪽 눈 옆, 오른쪽 눈 아래 선명한 주름. 

  비행기 화장실 조명 알지? 눈 흰자위의 핏줄까지 다 셀 수 있을 것 같은 그 조명 아래서 평소 눈치채지 못한 주름까지 뚜렷이 보이더라고. 슬픔이 배가 되었어.


  한국 나이로 34살. 

  무직이 된 내가 성과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약간의 패배의식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어. 이렇게 한국을, 집을 오랫동안 떠나온 적도 없는데 우리 집은 여전히 차를 끌고 공항으로 데리러 올 수 있는 사람도 없었지. 항상 그런 건 내 몫이었거든. 왠지 모르게 쓸쓸하더라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게 끝은 아니겠지...?


한국으로 돌아가는 여정.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 기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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