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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진 Oct 05. 2023

[#34 LA에서 만난 룸메들]

(2019.09.)


  12시간의 비행을 거쳐 LAX 공항에 도착했어. 마중 나온 프로그램 리더들을 만나 다른 지원자들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는 중에 나는 너무 배가 고픈 거야. 이제 미국에 도착한 지 15분, 뭘 사야 할지 모르겠어서 눈을 굴리고 있던 찰나, 어릴 때부터 먹던 익숙한 치토스가 보였어. 그런데 이럴 수가. 한 조각 먹자마자 벌써 문화충격이 찾아왔어! 너무너무너무 짜다. 내 혀로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을 정도였어. 3달러도 넘게 주고 처음 구매한 치토스 3조각을 주워 먹고는 더 이상 안될 것 같아서 방금 만난 옆의 친구에게 내밀었어. 


   "너 이거 먹을래? 나한테는 너무 짠 것 같아."

   "정말이야?"


  과자 봉지를 받더니 앉은자리에서 그 짜디짠 치토스 치즈 맛을 다 먹어버리더라고. 와우 역시 미국 클라스.  


  그렇게 나는 나트륨에 살짝 마비된 혀와 고픈 배를 가지고 밤 10시쯤 베이스에 도착을 했어. 내 방에 들어가 보니 이건 거의 닭장 수준이야. 내가 호주의 셰어 하우스에 살아보진 않았지만 그 셰어하우스가 더 넓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 좁디좁은 네모난 방 안에 2층 침대 세 개를 두었어. 가장 구석, 침대와 침대가 맞닿아 있어 입구의 반은 다른 침대로 가려져 있는 침대 아래층만 남아있었어. 나 빼고 다른 룸메들은 미국 다른 주에서 부모님이 데려다주셔서 일찍 도착했고 나만 가장 늦게 오게 된 거지. 1층 침대의 높이가 너무 낮아서 아침에 깰 때마다 머리를 부딪히는 그곳이 자연스럽게 내 침대가 되었어.


  겨울에도 많이 춥지 않은 LA라서 그런지 집은 컨테이너로 지어져 있었고, 그 컨테이너 안에 6개의 방이 있는데 각 방마다 4~6명이 들어가니까 거의 3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그 작은 건물 안에 3개월 동안 동고동락하게 된 거야. 샤워실과 화장실이 각각 3개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 아침이나 밤에 엄청 몰리겠다고 걱정했는데 그건 그냥 기우에 불과했어. 왜냐면 거기에 아시아인은 나밖에 없었거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잘 씻지를 않더라고.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이들이 매일 샤워를 하지 않는데 샤워를 안 하는 이들이 발을 닦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나는 너무 궁금했어.


   "너희는 샤워를 하지 않는 날, 발을 안 닦아?"

  내 질문을 받은 친구는 잠시 고민하더니(마치 그런 질문은 처음 받았다는 듯이) 이렇게 대답했어.

   "응, 안 닦는 것 같아."


  어쨌든 도착한 그날, 내 룸메를 비롯한 30명 정도의 아이들은 모두 들떠있었어.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대학교를 졸업한 미국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으니 그들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상상이 될 거야. 


  내 방 룸메 중에 정말 미드에나 나올 것 같은 아이가 한 명 있었어. 아주 잘 태닝 된 살갗과 탄탄한 몸매, 파란 눈과 금발까지 가졌어. 그 외모에 걸맞는 당당한 태도로 나에게 나이를 묻더라고. 분명 외국인들은 초면에 나이를 묻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I am 33."


  우리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룸메들과 질문한 친구 모두 일시정지가 되었어. '얘가 뭔 소리를 하는거야?' 하는 표정이더라고. 그리곤 이렇게 말했어.


   "No, you're not."

   "No, you're kidding."


  그래, 많이 놀랐구나. 그리고 나도 나이를 물어봤지. 

  18, 19, 21, 22살.

  하하, 내가 선생님이 되고 처음 가르쳤던 제자들보다 어린 귀엽고 젊은 친구들이 나의 룸메가 되었어.


룸메들과 지냈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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