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
나는 그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 슬픔 그 이상의 것이 되어 마음 가운데 맴돈다.
올해 초 PD수첩에서는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해 경찰조사를 받으러 다니고 정신과를 가게 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방영됐다. 부산의 한 선생님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2023년 7월 18일,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바로 그 일이 일어났다. 7월 24일, 서울시 교육청의 기자회견 도중 사립초에서 근무했던 한 선생님의 아버지 또한 오열하시며 말씀하셨다.
"제 딸도 똑같이 죽었습니다. 제발 같이 조사해 주세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분들이 얼마나 더 많을까. 교사들은 교사의 권리가 침해당한 사례를 모으고 있고 신체적, 정신적 피해들은 문자 그대로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진작부터 조치가 취해졌어야 하는 일이다. 학교와 교실 내의 문제는 그전에도 많았지만 작년부터 유독 피부로 느껴지는 소식들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몇 년 전부터 교사의 권위는, 아니 선생님들의 인권은 땅으로 추락했다. 전국 초등교사들의 커뮤니티에는 개인적인 일상이나 학교 이야기 대신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했다는 글들로 가득 메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주변에서 지인들이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는 것들을 목도하게 되었다.
그들이 정말 아동을 학대했는가?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 모두 아동학대라면 과연 우리는 정상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가?
학부모가 아이들 앞에서 '내가 낸 세금으로 너네 선생님 월급 주는 거야.'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데, 어떻게 아이들이 교사를 존경할 수 있겠는가? 존경하지 않는 선생님에게 과연 어떤 '교육'을 받을 수 있는가?
답답한 마음에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 지인은 말했다.
"정말 우리나라 어떡하냐. 너는 그전에 잘 빠져나왔네."
아니다. 내가 잘 빠져나온 게 아니다. 이 교육이, 이 나라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IMF 이후로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 되는 교대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때도 있었다. 십여 년 전, 내가 교대에 입학했을 당시만 해도 연, 고대를 붙고도 교대를 선택한 친구들이 꽤 있었고 심지어 삼성 등 대기업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다시 수능을 보고 교대에 입학하는 일명 장수생 언니, 오빠들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기사에서 교대의 수능 최저 등급이 4,5등급으로 낮아졌다는 기사를 보았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로부터, 학부모로부터 비상식적인 일을 당해도 교사 자신 외에는 아무도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는 직장을 누가 오고 싶겠는가? 전치 몇 주의 상해를 입고, 생명의 위협을 받아도 교사의 잘못을 운운하는 곳에 어떻게 발을 들일 수 있겠는가?
'공교육이 죽었다.'
노동자 전태일이 생각났다. 1970년 11월 13일, 분신자살을 하며 외친 그 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안타깝게 스러져간 꽃 같은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겹쳐 들린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 이것이 아픔 속에 잠들어간 후배교사를 지켜주지 못한 선배교사로서 해야 하는 일이고, 교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외칠 수 있는 나의 유일한 목소리다.
죽은 한국 교육을 살려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