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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정 Sep 01. 2020

나는 석양을 바라볼 때 눈물이 나

그림일지 (3)

어제는 작업실에서 하루 종일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렸다. 매주 수요일마다 하는 프로젝트의 일부이다. 오후 1시부터 저녁 9시까지 한 작업에만 몰두하다 보니 눈도 머리도 피곤해졌다. 그래서 낙서나 할까 하고 새로운 캔버스를 열었다. 사실 이렇게 쓰면서 생각해보니, 쉰다면서 또 다른 그림을 그릴 생각을 한 게 살짝 어이가 없다.
아무튼, 뭘 그리지 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민을 하다 문득 예전에 봤던 윤식당의 한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윤여정 배우가 식당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주변 해변가 모래사장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출처: TvN


윤식당이란 프로그램을 열심히 챙겨본 것도 아니었는데, 이 장면이 왜 그렇게 기억에 남았는지 모르겠다. 이후로 나는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볼 때마다 항상 윤여정 배우가 말했던 것을 떠올리곤 한다. 아직까지는 석양을 바라볼 때 슬프다는 감정보단 앞에 펼쳐진 풍경에 감탄하는 마음이 먼저 차오른다.
매일 해는 지지만 그 모습이 같았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빨갛게 하늘을 적시며 떠나갈 때도 있고, 구름을 솜사탕 같이 분홍색과 보라색으로 물들이며 떠나갈 때도 있다. 비가 온 다음 날에는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용암 같은 검붉은 빛을 찬란하게 내뿜으며 온 세상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가는 날도 있는가 하면,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구름 뒤에서 하루에 온점을 찍기도 한다.

여러 생각을 하며 낙서인 듯 아닌 듯 그림을 슥슥 그렸다. 다 그리고 보니 해가 지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 움직이는 gif로 만들었다.



“I shed tears when I watch a sunset. Do you too?”
“나는 석양을 바라볼 때 눈물이 나. 너도 그래?”

인스타그램과 포트폴리오 웹사이트에 올리는 것을 고려해 영어로 문구를 적었다. 이미지가 주된 플랫폼인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서는 이런 뒷이야기를 잘 풀어놓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다. 특히 내 그림을 받아 보는 사람들이 주로 한국에 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이런 이야기를 재잘재잘하는 게 어렵다. 글 하나를 올리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어마어마하지만 텍스트와 한국어에 대한 내 갈증이 해소되는 곳이 블로그라서 이 곳을 잘 가꿔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완성물


더 좋은 화질의 완성물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https://pineconej.com/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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