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틀째부터 속이 불편하기 시작했다. 딱히 심하게 체한 것 같지는 않은데 먹으면 속이 더부룩했다. 점심시간에 걷고, 저녁 먹고 걷고, 숙소에 돌아가서도 1시간 이상 걸었는데도 불편한 속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삼시 세끼를 편하게 꼬박꼬박 받아먹으니 팔자에도 없는 복이었을까? 양을 줄이고, 부담스러운 육류나 딱딱한 것은 피했는데도 한 번 탈이 난 속은 교육기간 내내 나를 괴롭혔다. 툭하면 소화가 안 되고 체하기 일쑤라 한 번 걸리면 한 달 가까이 고생을 했던 과거에 비해, 최근 몇 년 사이는 수영 덕분인지 크게 고생하지 않고 잘 지내왔는데 일상의 루틴을 벗어나니 기어코 탈이 나고 말았다.
이러다 말겠지 하고 버텼는데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마찬가지였다. 집에 와서도 나아지지 않아 손가락을 몇 차례 따고, 소화제를 먹고, 몇 시간을 걷고 했지만 불편한 속은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모처럼 일상을 벗어나서 좋아했는데 그 대가는 은근히 지독했다.
교육을 마치고 와서 3일 동안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수영을 해서 조금 나아지는가 싶었는데 음식을 먹으면 또 매한가지였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와 수영으로 한껏 몸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 보지만, 겨우 5일의 일탈(?)도 용납하지 않는 꼬장꼬장한 현실 앞에 잠시 짜증도 난다. 엄청난 것도 아니고 이 짧은 외출의 대가로 어김없이 소화불량을 들이대는 이 깐깐한 거래(?)에 어이없어 웃고 만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일상에 많이 익숙해있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소화불량도 낯선 곳에서 느끼는 것보다, 집에 와서 겪는 것이 훨씬 안정적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고통마저도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곳, 그곳이 우리가 늘 머물고 있는 일상인 것이다.
언제나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그 안에서야 비로소 안정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이것은, 떠나왔지만 또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고향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먼 길 떠나는 이의 주머니 한켠에 되돌아갈 일상의 자리가 있다면 위험할 때 쓰라고 구슬 몇 개를 건네받은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 든든하지 않을까?
머물고 있는 지금!
가끔 벗어나려 하기도 하지만 이 일상도 내가 다듬으며 함께 가야 할 나 자신이라는 것을 소화불량이 나아도 오래오래 기억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