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지난주 이사를 마치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몸이 바쁘다기보다 마음이 더 분분했다. 짐 정리를 어느 정도 하고 나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지만 차마 글을 쓰지 못했다.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아서였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계획하고, 예상하고, 준비했던 일이었는데도 막상 마주한 현실은 내 생각과 많이 달랐다.
45년간 살던 곳을 떠나오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인 이동이 아니라 단단한 꼬챙이가 되어 나의 심장을 후벼 팠다. 더욱이 모든 관계로부터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는 것은 막연히 비슷할 거라 생각했던 나 홀로 여행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철저히 혼자가 되고 나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 chelseashell, 출처 OGQ
나 홀로 여행은 잠시 당겨진 고무줄이 다시 돌아갈 원래의 일상이 기다리고 있지만, 새로운 곳에 혼자 뿌리를 내리고 적응을 해야 하는 지금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더 이상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오래되고 익숙한 기억과 습관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결코 녹록한 것이 아님을 뒤늦게 알았지만 이미 내가 던진 주사위이고 내가 택한 선택이다.
언젠가는 꼭 이렇게 한 번 살아보고 싶었던 나에게 '그래, 그럼 한 번 당해 봐라'는 현실은 생각보다 냉정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잡초처럼 꿋꿋하게 버티며 잘 해냈잖아'하며 우스갯소리로 스스로 위로했던 말을 되뇌며 낯선 곳에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딘다.
© Jay Mantri, 출처 OGQ
두렵더라도 한 발자국......
느리더라도 한 발자국......
헤매더라도 또 한 발자국......
내 삶의 이력으로 꾹꾹 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