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엄마 사진이 왜 필요했는지 얘기해 봐" "여자 친구가 뭐 하냐고 해서 어머니랑 영화 보러 왔다고 하니까 정말이냐고 묻길래....." "그래서 사진을 찍어서 보내래?" "아뇨. 그냥 제가 찍어서 보냈어요" "왜? 니가 말로 하면 안 믿어?" "아니 그건 아닌데, 평소 어머니와 영화 보러 왔다고 하면 그러냐고 별다른 얘기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이냐고 묻길래 제가 찍어서 보냈어요" "네가 평소에 믿음을 못 준 행동을 한 건 아니고?" "아니에요" "근데 왜 그래? 네가 믿음을 못 줬거나, 걔가 너를 못 믿거나 둘 중의 하나 아냐?" "그렇지 않아요. 제 친구들도 어머니랑 영화 보러 갔다고 하면 잘 안 믿어요. 어머니랑 영화를 보러 가냐고 해요" "왜? 엄마랑 아들이 같이 영화 보면 안 돼?" "그러게요. 다들 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여자 친구도 그래서 물어본 것 같아요" "........." "평소에는 별말 없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좀 꽂혔었나 보죠" "엄마와 아들이 함께 영화 보러 가는 걸 그렇게 다르게 생각할 거리가 돼?" "꼭 그렇다는 건 아닌데 주변에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애들도 있더라고요" "어쨌든 그건 초상권 침해야. 엄마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꾹꾹 찍어서 보내면 돼?" "하하하! 죄송합니다" "김태희만 초상권 있는 거 아니야. 다음에는 콱! 신고한다~~~?" "넵! 알겠습니다, 하하하!"
다음 날, 출근해서 여자 후배들에게 남자 친구가 엄마와 영화를 보러 갔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할 건지 물어보았다. 의외로 "정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는 대답에 나도 적잖이 놀랬다. 환경이나 생각의 차이가 가끔은 어이없는 비약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식의 결백(?)을 위해 때로는 얼굴도 팔아야 하는 것이 부모이고, 자신의 결백을 위해 서슴없이(?) 부모의 얼굴도 팔아먹는(?) 것이 자식인가 보다. 새끼에게 온몸을 내어주는 가시고기도 있는데 그에 비해 사진 한 장 찍힌 것쯤이야 무에 그리 대수랴여기며, 아들의 결백이 그것으로 잘 해명되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