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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동화책 세상에서 만나는 삶의 이야기

지금부터 여러분 내면의 본질을 만나게 하는 그림책 세상으로 함께 떠나요!

너는 내게 온 선물이자 기적이자 기쁨이란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결혼'이란 걸 했다. 지금 딸아이 나이 때 결혼을 했으니 경상도 말로 '알라(아기)'가 시집을 간 거나 마찬가지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 동안 사회생활을 했다고는 하지만, 나의 결혼은 친구들에게 놀라움 그 자체였다. 조용히 학교만 다니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학과에서 제일 먼저 결혼한다고 소식을 전하였으니 그도 그럴만했다. 여러 가지 소문이 내 귀에까지 전해지긴 했으나 뭐 사실이 아니니 신경 쓰지는 않았다.

   여하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결혼'이란 걸 덜컥 하긴 했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참.......  낯선 객지에서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오로지 남편 하나만 바라 보며 살 수밖에 없었던 신혼시절, 그때 난 참 많이도 울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때 흘린 눈물이 내 평생 흘릴 눈물의 절반 이상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유는 모르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곳에서 맞이하는 해 질 녘 노을은 내게 그리움이었고 외로움이었고 눈물 그 자체였다. 

   그래서였을까?  해질 무렵만 되면 나는 오래된 습관처럼 베란다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곤 했다. 그러다가 창문 너머로 통근버스에서 내리는 남편 모습이 보이면 한걸음에 달려 나가 퇴근하는 남편을 마중했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그냥 그렇게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  혼자 울었다. 어둑어둑해지는 창 밖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당시 남편은 "12시 땡~!" 소리와 함께 귀가를 하는 일이 잦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불도 켜지 않은 채 웅크리고 앉아서 훌쩍이고 있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몸살감기처럼 으슬으슬 몸이 춥고, 온몸이 참을만하게 쑤시고 아팠다. 병원이나 약국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그러기엔 몸이 축축 늘어졌다. 다음 날 남편이 출근한 다음, 겨우겨우 몸을 추슬러 병원에 갔을 때 의사는 내게 "임신했다"는 말과 함께 "낳을 거예요?"하고  조심스레 물어왔다. 아마도 젊은 아가씨가 혼자 병원에 와서 죽을 상을 하고 있으니, 의사 생각으로는 내가 부모님 몰래 혼전임신이라도 한 것으로 오해했던 모양이다. 의사의 태도 때문에 기분이 좀 상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생각지도 않았던 임신으로 인하여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임신 사실을 알렸다. 얼마나 좋은지 남편 입이 금세 귀에 걸렸다. 내 앞에서 한 번도 내색한 적이 없었지만, 아마도 남편은 아이를 기디라고 있었던 모양이다. 신이 난 남편은 이야기 들은 지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여기저기 전화를 하면서 임신 사실을 동네방네에 알렸다. 

   그렇게 내게 찾아온 아이는 내 눈물을 그치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더 이상 낯선 객지에서의 생활이 외롭지 않게 하는 힘을 발휘했고, 남편이 일찍 귀가하게 하는 마법을 부렸으며, 신통방통하게도 양가 어르신 모두로부터 사랑받는 며느리와 딸이 되게 해 주었다. 아이는 그렇게 내게 생각지 못한 선물 같은 존재로 다가와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살아가게 하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는 자라면서 이제껏 맛보지 못한 기쁨을 선물해주었고, 미성숙한 나를 부족하지만 성숙한 엄마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기적을 행했다. 그렇게 아이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내게 완전한 선물이 되어주었다.   


   이 책의 시작은 뱃속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듯 부른 배를 쓰다듬는 엄마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임신해서 만삭인 엄마 자궁 속 태내 아이에게 시선을 빼앗긴 미어캣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아이는 그렇게 내게 왔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기적이었다. 그리고 방긋방긋 웃는 모습에서 첫 이가 나고 아장아장 걸으면서부터 "엄마"하고 부르던 순간의 황홀한 행복감, 뭐든지 혼자 하겠다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애쓰던 모습을 지켜볼 때의 걱정스러운 눈빛, '학교'라는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아이를 응원하는 마음...... 그렇게 그렇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한 아이가 나고 자라는 과정을 세세히 보여주고 있다. 

   비록 자기 고집을 피우고 자기만의 세상을 구축해나가면서 이렇게 저렇게 속도 썩였지만 아이는 늘 나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였고, 살아가는 이유를 알려주는 귀한 스승이었으며, 나의 모난 부분을 둥글게 다듬어 세상 어느 구석에서라도 쓰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명인이었다. 그렇게 힘들고 아픈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생각해보면 아이는 정말 내게 기적과도 같은 선물이었고, 작가의 말대로 함께한 순간순간이 기적과도 같은 행복이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큰소리로 또 속삭이듯 "네가 내 아이라는 것, 네가 내게 왔다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엄마 인생에서 기적이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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