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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기지 역할을 하는 편안한 대상이 있나요?

- 나의 감정과 일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안전 대상(안전 기지) 찾기

  책 제목에서 [그리움은 슬픈 거예요?]라고 묻는다. 음... 가만히 생각을 해보자. 그리움은, 그리움은 어떤 것일까?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슬픔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픔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리워한다는 것은 최소한 그럴 대상이 있다는 것이고, 그 대상과 좋은 기억이나 함께 했던 즐거운 추억이 있다는 것이니 따뜻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련함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지니 작가는 그리움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첫 장을 펼치니 그리움의 대상이 밝혀졌다. 할머니. 집으로 잘 가고 있느냐고 묻는 걸 보니, 아마도 할머니가 손자 집에 와서 며칠 머무르다가 할머니 집으로 돌아간 모양이다. 주인공은 쿠션을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고 있는 걸 보면 주인공의 마음이 어떠할지 저절로 상상된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분명히 있는데, 할머니의 흔적은 하나도 없는 집안 공간을 바라볼 때의 그 텅 빈 듯한 공허함이 얼마나 큰지. 든 사람은 모르지만 난 사람은 안다고,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은 그 허전함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할머니 물건을 찾아서 집안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주인공의 마음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넘어져서 다친 무릎보다 마음이 더 아파서 쿠션에 얼굴을 파묻고 우는 심정을. 

  그리움의 마음은 하루하루 일상을 보내면서 조금씩 줄어들기도 하고 또 때로는 늘어나기도 한다. 주인공은 할머니에게 일상 속의 자기 마음을 편지 쓰듯 자분자분 이야기하듯 표현하고 있다. 그렇게 그리운 마음을 스스로 달래가지만 그리움은 점점 더 깊어진다. 그래서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 마음이 힘들어진다고 고백하면서, 누군가를 보고 싶은 마음이 그리움이라고 하는 엄마 말이 맞는지 할머니에게 묻는다. 그리운 것이 슬픈 거냐고. 할머니가 어떻게 대답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할머니가 보낸 편지를 소중하게 다루는 주인공의 행동을 보면, 우리는 그리움이 슬플 수도 있지만 귀한 감정임을 알 수 있다. 

  책장을 덮으면서 주인공에게 그리운 대상이 할머니이듯 나는 누구를 그리워하는지, 누군가를 매일 그리워한 적이 언제인지 등을 조용히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나의 일상에 대해 조잘조잘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는 그런 편안한 대상은 누구인지, 보고 싶다고 그립다고 내 감정을 그때그때 솔직하게 내보일 수 있는 안전 하다고 생각되는 대상에는 어떤 사람이 있는지 등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대상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쁜 편지지에 그립다고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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