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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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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농 Dec 15. 2024

개미집

11월 아이들 이야기

급식 먹고 난 후,  따뜻한 햇볕 아래 운동장에서 자유놀이를 할 때가 있다. 내일 강철바람이 불어온다 하니, 오늘은 더 지나칠 수 없다.

운동장에 가자마자 쏜살같이 뿔뿔이 흩어진다.


늘 인기 코너였던 팔자놀이터. 우루르 몰려가던 곳인데, 웬일인지 오늘은 놀이에 진심인 아이들 네댓만 모였다.  


다음은 모래놀이. 세 명이 모여 앉았다.  흙을 모아 백두산을 만들고, 봉우리를 주먹으로 푹 눌러 천지를 만든다. 오늘은 산 하나에 그치지만, 이렇게 어마어마해질 때도 있다.



이제 생태놀이팀 등장.

개미집을 만든다며 한 아이가 땅을 판다. 아이들이 모여든다. 각기 몫을 담당한다.

"내가 돌 주워올게."

"이끼 가져올게."

주인공인 개미가 있어야 한다며 개미를 잡으러 간다.


15분이 30분이 되어간다.

"얘들아. 이제 들어 가자!"

"선생님, 1분만요."

가까스로 아이들을 교실로 데리고 올라왔다.

4, 5교시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갈 시간.  

생태놀이팀 아이들이 다시 부산스러워졌다.

무슨 일인 걸까?


아이들이 모두 집에 간 후, 운동장에 나가보니


지난봄, 각각 놀던 아이들이 초여름이 되니, 셋씩 넷씩 무리 지어 함께 놀기 시작했다.

겨울을 앞둔 오늘, 이렇게 서로 연결이 되었다.

아이들이 많이 자랐다.  

이 아이들을 만나, 그 어느 때보다도 특별했던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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